현대중공업 입찰 참여 뒤 적극 공세.. KAI노조 “믿기 어려워”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하 KAI)의 정부 지분 매각 입찰에 참여한 대한항공 측이 4일 사천을 찾아 공식 입장을 밝혔다. KAI 인수가격이 국제기준에 비해 고평가 되어 있음과 합병 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신무철 상무 등 대한항공 관계자 일행은 오찬간담회를 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KAI 정부지분 매각과 관련해 KAI노조 등이 주장해 온 문제제기에 대해 언급했다.

이들은 먼저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란 일부 주장을 반박했다.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하려는 것은 항공기 제작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엔지니어나 기능 인력에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KAI의 전문 인력이 필요해서 인수하는 것이며, 항공기 제조 관련 인력은 현재 대한항공도 모자라기 때문에 KAI를 인수하더라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

▲ KAI 정부지분 인수전에 참여한 대한항공 관계자가 4일 사천을 방문해 인수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사진은 대한항공 홍보물 참조.
이들은 또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비율에 관해서도 해명했다. 간단히 말해, “항공기 자산은 유동화가 높은 특성이 있기 때문에 타 산업의 부채비율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글로벌 명품 항공사’ 전략에 따라 2011년에 A380 5대 등 신형항공기 17대를 도입한 것이 부채비율이 높아진 직접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항공사가 현금 흐름이 빠르다는 점, 해외 유수 항공관련 기업의 투자 약속 등을 언급하며 “대한항공의 KAI 인수 여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입찰 공정하게 진행되길.. 적정 가격 이상이면 인수 의향 없어"

대한항공 측은 현대중공업이 KAI 지분 인수전에 뛰어든 것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입찰이 진행되기를 기대했다.

나아가 “항공산업을 국가적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이 선정돼야 한다”며, “대한항공의 풍부한 경험과 기술이 항공산업 중복 투자를 막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너지효과에 있어 현대중공업보다 우위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적정한 가격이 아닐 경우 KAI 인수를 포기할 뜻도 있음을 내비쳤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KAI 인수 가격이 국제기준에 비해 고평가 돼 있다는 것. 따라서 대한항공은 “국제 기준에 맞는 믿을 수 있는 기관이 KAI를 평가한 가격으로 인수하겠다”고 밝히고, “적정 가격 이상으로 인수할 의향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KAI 인수 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대한항공 측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KAI노조 측은 이를 안 믿는 눈치다. 다음은 KAI노조 이해환 조직실장의 말이다.

“KAI 흡수 후 1~2년 안에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게 기업들의 속성이다. 구조조정 하지 않겠다는 말은 믿을 수 없다.”

노조 측은 현대중공업의 입찰 참여에도 부정적이었다. 갑작스런 입찰 참여의 속내가 무엇인지는 남겨두더라도, KAI가 공기업으로 남아 우리나라 항공산업을 제대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

▲ 대한항공 측은 KAI를 인수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은 대한항공에서 제공한 민항기 정비 장면.
하지만 KAI노조는 두 업체가 지분매각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실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눈치다.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인수 업체 적격심사를 끝낸 뒤인 다음주 초쯤, 두 업체에 공개질의서를 보낸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파업 등 물리력 동원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항공의 KAI 인수 반대’를 선언한 KAI관리자협의회(중간간부급 직원들로 구성된 단체)도 “노조의 뜻에 동참하겠다”고 4일 밝혀, 현대중공업의 인수 참여 선언 이후에도 직원들의 목소리는 하나로 유지되는 셈이다.

현대중공업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KAI 인수 참여, 시너지효과 있어"

2차 입찰 막판에 KAI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중공업은 아직 지역 언론과 접촉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문화일보 등 중앙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사업 다각화와 미래성장 산업으로서 항공산업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쓰비시중공업 등 글로벌 중공업 업체들이 항공업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면서 “미래 성장 산업의 하나로 항공산업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타진해 오다 KAI 인수가 항공산업 진출 기회로 판단돼 인수전에 뛰어들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 KAI노조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대한항공 측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조만간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에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받아 향후 대응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KAI를 인수할 경우 현대중공업 역시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배에 사용하는 스팀터빈과 항공기 가스터빈의 연관성이 높아 시너지 효과가 충분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참고로 현대중공업의 총 자산규모는 올해 상반기 기준 50조2800억 원, 현금성 자산은 2조2300억 원가량이다. 대한항공도 현금성 자산이 2조8000억 원에 달하지만, 총 자산규모 22조8000억 원 가운데 20조 원 이상이 부채로 잡혀 있다.

올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을 보면 현대중공업이 169%인 반면, 대한항공은 829%이다.

KAI 지분 매각의 남은 절차를 살펴보면, 먼저 정책금융공사가 5일 입찰 참여 적격자 심사 결과를 발표한다. 현재로선 두 업체 모두 적격업체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10월 말까지 예비실사가 이뤄지고, 11월 초에 우선협상자가 선정된다. KAI의 매매금액 역시 이때 결정된다.

만약 적격업체 심사에서 어느 한 업체가 탈락하면 현재 진행되는 2차 매각 입찰은 무효가 된다. 경쟁입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3차 입찰 ‘수의계약’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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