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대로 세계일주]21. 파스텔 톤 건물에 동심으로 돌아가

▲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색채 도시 라 보까(아르헨티나)
중남미에선 백의민족이라는 우리네의 시각에서 보면 뻔뻔스러울 정도의 화려한 색채를 지닌 파스텔 톤의 도시를 종종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라 보까'와 멕시코의 '산 크리스토발'이 그 대표적인 도시이다.

이주 초기 그림 및 거리 탱고 공연을 쉽게 볼 수 있는 스페인 이주 노동자의 항구 동네 '라 보까'는 배를 칠하고 남은 페인트로 집을 칠한 것에서 유래해 지금도 다채로운 색깔의 페인트로 칠해진 집들을 볼 수 있는 곳이라 했지만, 멕시코 내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으면서 형편도 넉넉치 않은 치아파스 지역에 위치한 '산 크리스토발'은 어떤 이유로 그리 화려한 색채를 지녔던 것일까?

그래서 생각한 건 꼭 페인트가 남아서 칠한 것이 아니라 뜨거운 이 나라 국민들의 취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는....
그래도 여전히 파스텔 톤의 집을 보면 동심으로 돌아간 듯 예쁘고,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는 단순한 사실.

특히 산 크리스토발은 맛있는(?) 카페가 많아 여성들이 유달리 좋아하는 곳이다.
맛있게 보이는 카푸치노 한잔이 약 1200원이면 저렴한 거 맞겠지?

▲ 화려한 색채의 건물과 맛있는 카페로 관광객들의 마음을 훔치는 멕시코의 산 크리스토발.
하지만 이 아름다운 거리에서도 중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관광 상품을 파는 어린아이들이 어김없이 있었다. 10살 전후의 아이들은 ‘아르마스 광장’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하러 다니기도 하고, 좀 더 적극적인 아이들은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는 관광객들에게 와 다소 허접하게 생긴 기념품을 팔려고 하는데, 같은 아이가 5분 간격으로 계속 와 편히 커피를 마실 수가 없을 정도로 집요하게 호객행위를 했다.

계속해서 거절했더니 대신 내가 산 망고라도 달라는 시늉을 해 결국 망고 몇 개를 주는 것으로 그 아이와의 실랑이를 끝냈다.

그리고 간식거리를 파는 전통의상을 입은 여인네들…….
우리네 옛날과 같이 중·남미도 남자들은 낮에도 정신 못 차리고 술 마시고 해롱거리고, 여자들은 주구장창 일한다. 그러면서도 그 지위는 낮았다.

게으른 남자들을 먹여 살리고, 그러면서도 대접도 못 받는 불쌍한 여인네들~!!
잠시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먹먹해지다가도 금세 10개가 넘는 망고 가격이 우리 돈 1000원이란 사실에 행복해 하는 날 보면 역시 난 관광객인가 보다.
아름다운 것만 보고, 무거운 주제에서 눈감을 수 있는 위치, 그 이름 '관광객'

▲ 멕시코에서 가장 못사는 치아파스 지역에 위치한 이 도시에서는 열심히 일하면서도 낮은 사회적 대접을 받는 현지 여인들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아이들 또한 끊임없이 볼 수 있다.
갑자기 스페인 마드리드의 공원에서 봤던 문구하나가 떠올랐다.

'Tourist Terrorist'

그때는 시간과 돈을 들여 그 나라를 방문해 주고, 나중에 그 나라의 홍보대사가 될 수 있는 관광객들에게 고마워해야지 우리를 테러리스트로 단죄한다며 황당해 했었다.

하지만 여행이 더해질수록 대부분의 유명관광지에서 관광객들은 때로는 그들의 “봉”으로, 때로는 그 장소의 주인인 냥 행세하며, 오히려 현지인들을 터부시할 때도 있음을, 그래서 테러리스트가 될 수 있음을 느낀다.

인생에서도 언제까지 관광객이고자 했든 철없던 내 마음…….
하지만 내 의식의 밑바닥은 이미 알고 있었다.
여정이 끝나면 당당히 다시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나서야 함을.
그래야 내 인생에 대한 테러리스트가 되지 않을 테니깐.

▲ 많은 이들의 좋은 휴식처를 제공하는 스페인 마드리드 공원과 오랫동안 여운을 남겼던 표현.

이 글은 김윤경 시민기자가 2010년 7월부터 2011년 7월까지 13개월간 세계 곳곳을 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한 여행기다. 그녀는 1997년 해군장교로 임관해 근무하다 2010년 11월에 소령으로 전역했으며, 지금은 보건교사로 일한다. 고향은 경남 진주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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