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이 사천시민과 소통하기 시작한 게 어느덧 4년. 그 동안 크고 작은 일들이 사천을 뜨겁게 달궈 왔음이다. 뉴스사천 만평은 그런 사천의 역사를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 ‘만평으로 표현되지 않은 사천 이슈는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시민기자 ‘파구’님의 손끝에서 빚어진 한 장의 그림은 기자의 글 그 이상을 이야기한다. 더구나 가벼우면서도 무겁고, 웃기면서도 서늘하다. 2008년 9월 25일부터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만평을 보내주신 시민기자 ‘파구’님께 고마움을 전하며, 만평을 통해 사천의 지난 4년을 뒤돌아본다.

<1화>남강댐과 어민들

4년 전 뉴스사천이 처음 내보낸 만평은 ‘남강댐 방류와 그로 인한 사천만 어민들의 고통’에 관한 것이었다. 남강댐이 1969년 준공된 이후 여름철 큰 홍수 때마다 어김없이 제수문은 열렸고, 남강과 낙동강으로 흘러야 할 붉은 흙탕물 대부분이 사천만으로 흘렀다. 이로 인해 사천만은 며칠째 민물로 변하고, 각종 조개류와 양식어류가 떼죽음 했다.

피해어민들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해 보였지만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댐 준공 당시 소멸보상이 끝났다”며 매번 귀를 막았다.

2008년 9월, 한 무리의 어민들이 수자원공사 남강댐관리단에 몰려가 항의하는 소동을 벌였다. 어민들과 합의로 의뢰한 ‘남강댐 방류로 인한 사천만 해양환경영향과 어장의 경제성 평가’란 연구용역이 약속한 날보다 몇 개월 지나도록 그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만평은 그 즈음 나왔다.

소동이 있은 한 달 뒤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는 남강댐 방류가 있을 때면 최대 100억 원의 어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어민들은 이를 근거로 수자원공사에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번번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라는 막강한 권력 앞에 어민들의 저항은 무력하기만 한 채 다툼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34화>제비 금반지

2009년 어느 봄날, 사천예술촌 임선숙 촌장님이 전화를 했다. “제비가 금반지를 물고 왔다는데, 그런 얘기 들어봤어요?”

‘이 무슨 소설 같은 얘긴가’ 싶은 생각에 반신반의 하며 찾아간 용현면 선진마을의 어느 횟집. 그런데 집주인 얘기가 진짜 제비가 금반지를 물어 왔단다. 제비가 처마 밑에 집을 지으면서 가느다란 철사처럼 변한 끊어진 실반지를 지푸라긴 줄 알고 물어 왔다가 떨어뜨린 것 같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반지를 곧장 만나지는 못했다. 안주인이 금은방에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금은방 사장을 설득한 끝에 반지를 만날 수 있었는데, 이 얘기가 기사로 나가자 방송사들의 취재가 잇따랐다. ‘제비가 물어온 금반지’ 얘기는 이내 전국에 퍼졌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지역 축제에 그 금반지를 전시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제비가 물어온 금반지 얘기는 그리 아름답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 금반지가 더 빛이 나려면 첫 주인의 손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반지를 구입한 금은방에서 양보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결국 제비가 물어온 금반지 얘기는 시민들 기억에서도 빠르게 잊혀졌다.


<166화 행정통합>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슬금슬금 기어 나오기 시작한 행정통합 논의가 2011년 들어 본격화 됐다. 200여 개 되는 전국의 기초단체를 광역화 해 60~80개 정도로 줄이겠다는 내용을 담은 지방행정체제개편안이 발표되면서부터다. 앞서 사천은 인근 진주, 남해, 하동, 산청, 고성 등과 통합하는 방안이 회자됐지만 행정통합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당초의 행정통합 계획은 크게 축소됐고, 결국 사천-진주 행정통합이라는 하나의 경우의 수를 두고 찬반 여론이 충돌했다.

뉴스사천은 행정통합을 둘러싼 논란이 구체적인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지지 않고, 막연한 주장과 감정에 얽매여 진행되는 점이 안타까웠다. 이에 지난해말,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지방행정체제개편 사천시민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통합창원시의 사례분석 등 심층기사를 통해 행정통합의 허와 실을 소개함으로써, 시민들이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도록 도왔다.

결국 정부는 여론조사 방식으로 시민들의 뜻을 확인했고, 2012년 6월 13일 지방행정체제개편안 발표 때 사천-진주 통합안은 빠졌다. 당시 정부는 여론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천시민 가운데 35%만이 통합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화> A320

만평 제199화는 비교적 최근 일을 다뤘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이 영국 에어버스사와 계약해 생산하기로 한 항공기 A320의 날개밑판(WBP) 제조공장을 사천이 아닌 산청에 짓기로 한 결정을 꼬집은 것이다.

사실 A320에 관한 논란은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KAI는 에어버스사와 본계약을 남겨둔 상태에서 공장 짓기에 적당한 땅을 찾고 있었는데, 3.3㎡당 30만 원 선으로 가격이 저렴한 공단부지 6만6000㎡가 필요했다.

사천에는 마땅한 터가 없다고 판단한 KAI는 미분양 상태로 있던 산청 금서제2농공단지로 눈길을 돌렸고, 마침 산청군이 무상임대는 물론 폐수처리시설과 각종 부대시설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일찌감치 마음을 굳혔다. 이 과정에 ‘정치적 고려’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의혹도 샀다.

뒤늦게 사천시가 종포스포츠파크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여러 기술적 문제와 촉박한 시간 등을 이유로 KAI는 난색을 표했다. 이에 시민들은 믿었던 KAI에 대한 섭섭함과 함께 사천시가 미리 준비하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이밖에 사천을 달궜던 이슈와 이를 표현한 만평은 여럿이다. 그 가운데 만평소재로 자주 등장한 것을 꼽는다면, ▲순영의료재단과 경상남도 사이의 갈등 ▲도민체전 유치를 둘러싼 논쟁 ▲어린이영어도서관 건립과 운영 문제 ▲환경미화원 임금 체불 문제 ▲KAI 정부지분매각 논란 등이다. 또 사천시와 사천시의회 사이의 긴장과 갈등도 좋은 얘깃거리였다.

물론 지역 이슈가 아니더라도 그 시기를 대변할 수 있는 인상적인 소재도 만평으로 표현됐다. 채소값이 폭등해 고기값보다 상추값이 더 비싼 현실을 풍자했고, ‘보이스피싱’이나 ‘신종플루’ 등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뉴스사천 만평은 지난 8월말을 기점으로 200회를 넘겼다. 때 맞춰 시민기자 ‘파구’님께서 “오래오래 초심을 잃지 않고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파구’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뉴스사천 역시 초심을 잃지 않겠노라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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