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대로 세계일주]20.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
엘 레티로에 도착한 다음날 기상하니 내 오른쪽 허벅지에 7~8방 정도의 모기 물린 흔적이 있었다.
처음엔 숲 속이라 그런지 모기도 전투모기라며 웃으며 넘겼다.
다음날 내 오른쪽 팔에 또 7~8방 정도의 모기 물린 흔적이 생겼다.
난 과테말라 모기가 유달리 내 오른쪽 몸을 사랑한다며 친구들에게 농담을 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
그 다음날은 내 왼쪽 허벅지에 모기 물린 자국 7~8방, 또 그 다음날은 내 왼쪽 팔에 모기 물린 자국 7~8방. 이정도 되자 슬슬 난 이것이 진정 모기인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성상이 다르다. 베드버그에 물린 자국은 일렬로 나란히 있어야 하는데, 나의 자국은 물린 자국이 불규칙하게 있기 때문에 확실히 모기가 맞단다.
암튼,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던 난 그래도 의심스러워 내 옷들을 자외선 소독시켰고, 어쨌든 랑낀을 떠나 ‘리오둘세’로 이동했다.
근데, 이게 웬일?
그날 저녁 리오둘세에 도착하여 해안가 레스토랑에서 열심히 페이스 북을 하고 있는데, 허리 쪽이 너무 간지럽다.
이상해서 만져 보았더니 헐~! 온통 두덜두덜하다!!
바로 약국 갔더니 알레르기라고 한다.
난 알레르기 아닌 것 같다고, 베드버그 같다고 했더니, 그들은 알레르기란다.
그래도 아닌 것 같다고 우기자 모기 물린데 바르는 연고와 웬 약을 준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말도 안 되게 비싼 그 연고 사 들고 와 바르고 먹고 하는데, 이틀이 지났는데도 진정 되기는커녕 목 주변과 등, 심지어 얼굴과 손등, 손바닥까지 퍼졌다.
온몸에 심한 두드러기성 홍반도 문제지만 더 끔찍한 건 가려움이었다.
그래도 바보 같이 약 먹고, 연고만 바르면서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이대로 귀국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고 심각하게 고민하며 있는데, 3일째 되던 날 같은 방에서 머물던 미국에서 온 여인이 같이 술을 마시자고 제안했다.
내가 환부를 보여주며 술을 마실 수 없다 했더니, 그녀가 호스텔 매니저에게 이야기해서 다음날 같이 병원을 갈 수 있게 주선해 주었다.
"오~ 길에서 만난 나의 또 다른 천사~!!"
정말 약도 별로 없는 우리나라 80년대 개인병원 같은 곳을 가니 의사가 베드버그는 확실히 아니고, 내가 아마도 특정 모기에게 물렸을 것이고, 그 알레르기 반응으로 이런 게 생겼을 거란다.
그리고 본인은 이런 증상을 종종 봐 왔단다.
그러면서 7일 안에 다 증상이 완화되니 걱정 말라나. 쩝~!
하지만 나중에 모 여행자의 베드버그에 대한 글과 사진을 보고 난 뒤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건 특정 모기에 대한 알레르기가 아니라 베드버그에 대한 알레르기였던 것 같다.
그 여행자의 말에 따르면 나처럼 장소를 이동해 가며 상처가 나고, 간혹 심하게 알레르기가 생기기도 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귀국 후에도 한동안 내 몸에 남아 있었던 그때의 흔적들!
모든 추억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강한 긍정의 소유자인 나에게도 결코 아름답지 않았던 기억의 한자락~!
이 글은 김윤경 시민기자가 2010년 7월부터 2011년 7월까지 13개월간 세계 곳곳을 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한 여행기다. 그녀는 1997년 해군장교로 임관해 근무하다 2010년 11월에 소령으로 전역했으며, 지금은 보건교사로 일한다. 고향은 경남 진주다. -편집자- |
김윤경 시민기자
navybo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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