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서 죽는구나!' 아찔했던 무인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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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서 죽는구나!' 아찔했던 무인도의 기억
  • 김윤경 시민기자
  • 승인 2012.08.23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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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 대로 세계일주>16. 온두라스 국립공원에서 만난 원숭이가..

▲ 야간에 있을지도 모를 해적 때에 대비해 교대로 경계를 서며 밤을 지새웠던 푸에르토 에스콘디도의 앞바다에서. 낮의 야생곰(?) 소란이 언제 있었냐듯 평화롭기 만한 석양.
첫 번째 정박지인 과테말라 리빙스톤을 떠나 도착한 두 번째 정박지 온두라스 국립공원 ‘푸에르토 에스콘디도’로, 서핑을 배우기 위해 갔던 멕시코 와하까의 태평양 바닷가와 이름이 같았다.

참고로, 스페인어로 푸에르토-Puerto는 항구를 의미한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중/남미 도시 중에는 '푸에르토OOO'라는 식의 이름이 많은데 모두 항구도시를 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도시 이름에 포구라는 뜻의 '포'자가 들어가 '삼천포' '목포' 이렇게 붙여진 것과 같은 셈이다. 아무튼, 이 무인도에서 아나와 난 완전 호러 무비 같은 상황을 경험했다.

사연인 즉, 늦은 오후 섬에 도착하자마자 라파는 본인은 여러 번 가 봤고, 할 일이 있다며 어렵지 않으니 아나와 나 단둘이서 섬을 둘러보고 오란다.

잘하면 귀염둥이 원숭이도 구경할 수 있고, 조금만 걸어가면 해안가가 있으니, 거기에 있는 야생 코코넛을 따오라는 특명을 내리며, 현지인들이 밀림을 헤쳐 나갈 때 사용하는 커다란 칼 하나를 쥐어 주었다.

▲ 잠시 동안 죽음의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푸에르토 에스콘디도의 코코넛 해변
그러면서 내켜 하지 않는 우리들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는 듯 우리만 달랑 섬에 놔두고 고무보트를 타고 유유히 크루저로 돌아가 버린다. 헐~!!
동물, 벌레 등을 무서워하기에 정글 같은 건 특별히 보고 싶지 않은 내 마음을 표현할 시간 따윈 주지도 않고…….

어쩔 수 없이 정글을 탐험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복장에 큰 칼 옆에 차고, 아나와 길을 나서는데, 땅바닥 여기저기에 커다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저게 모두 뱀 구멍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잠시 온 몸을 스치고 지나고 나니 팔에 송송 곤두선 털이 보였다.

그래도 두려움에 돌아서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아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가는데, 금방이라도 커다란 뱀이 머리가 여기저기서 쓰~윽 나타날 것만 같은 무서움으로 신경이 잔뜩 곤두선 나에게는 커다란 거미줄에 매달린 난생 처음 보는 왕거미와 큰 벌집들, 기괴하게 생긴 나무들만 유달리 눈에 쏙쏙 들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해안가~!
도착 전 라파가 말한 귀여운 아기 원숭이를 발견하고, 방금 전의 공포는 깡그리 잊어버린 채 신이 나서 맛깔스런 코코넛을 찾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커다란 괴성이 들렸다.

깜짝 놀란 아나와 난 곧장 바다로 뛰어 들어 숲을 응시했는데, 형체는 보이지 않지만 그 괴기스런 괴성이 점차 우리와 가깝게 들리기 시작했다.

우린 급하게 돌멩이 여러 개를 집어 들어 호주머니와 손에 쥐었고, 난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바랐던 칼을 빼 들며, 아나에게 속삭였다.

“아나, 저게 곰 아냐?”
“아냐, 난 들개 같은데”

곰 한 마리면 어떻게 도망이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울려 다니는 들개라면 여럿이 공격해 어찌해 볼 방법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더 소름이 끼치며 머리털까지 쭈뼛거리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괴성은 사라지지 않고 바로 우리 코 앞 숲속까지 온 느낌이 들었다.

공포가 극에 달한 나는 아나에게 차라리 수영으로 섬 반 바퀴를 돌아 크루저로 돌아가자고, 우린 충분히 섬 한 바퀴 수영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아나는 섬 한 바퀴를 수영할 실력은 안 된다며 울상이었다.

혼자만이라도 더 깊은 바다 속으로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그래도 그동안 생사고락을 같이 해 온 친구를 버리고 갈 수는 없기에 엄청난 공포감과 긴장감 속에서 무릎 깊이의 바닷물 속에서 초 경계를 하며 숨소리마저 죽인 채 기다리고 있으니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세계일주 할 거라고 보장된 미래까지 내려놓고 왔는데, 여기서 동물에서 뜯겨 죽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부터, 그와 관련된 머리기사..

“한국 관광객이 온두라스 무인도에서 야생 동물에 의해 처참한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하 중략~!

▲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나와 나를 무인도에 내려놓고 가는 라파.(사진 위) *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던,밑퉁이 마치 공룡의 무시무시한 발을 연상시키던 나무.(왼쪽 아래) *현지인이 사용하는 큰 칼 들고 무인도 탐험을 하기 전의 나. 담대해 보이는 모습과 달리 속으론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오른쪽 아래)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남편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영상이 되어 지나갔다.
그래도 꿈만 꾸었던 사람이 아니라 꿈을 실현하는 과정 중에 죽는 것이고, 지금껏 살아왔던 삶에 후회는 없으니, 예기치 않은 곳에서 흉한 마지막을 장식하더라도 내 삶은 괜찮았고, 행복했다고 생각하니 미친 듯이 두근거리던 심장박동이 점차 진정이 되었다.

그리고 약 15분 후 마침내 그 괴성이 점차 우리 쪽에서 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던 우리는 최대한 소리를 죽여 가며 크루저가 있는 곳으로 신속히 되돌아 왔고,
라파에게 그 호러블한 이야기를 해줬더니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거 어미 원숭이 소리야~!"

헐~!!
순식간에 힘 빠지는 아나와 나~~!!
이번을 계기로 원숭이가 그렇게 파워풀하고, 괴기스런 소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또한 내가 얼마나 대책 없이 긍정적인 사람인지를 새삼 인지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죽는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내 짧은 삶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행복한 삶이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다니…….

하지만 오~! 지금 생각만 해도 아직도 오싹한 그 순간~!!

이 글은 김윤경 시민기자가 2010년 7월부터 2011년 7월까지 13개월간 세계 곳곳을 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한 여행기다. 그녀는 1997년 해군장교로 임관해 근무하다 2010년 11월에 소령으로 전역했으며, 지금은 보건교사로 일한다. 고향은 경남 진주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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