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조건 다시 내걸어.. 시, 공장부지 제안서 16일 최종 전달

▲ 사천시가 16일 종포지구 A320 WBP 생산공장부지와 관련한 제안서를 KAI에 전달했다. 이에 앞서 정만규 사천시장이 시청 출입기자들에게 그간 진행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천시가 A320 날개 하부구조물 생산 공장을 사천에 세워 달라며 16일 KAI에 최종 제안서를 전달했다. 시는 제안서를 통해 인근 산청군이 제안한 내용까지 모두 수용할 뜻을 밝혔지만 KAI가 ‘종포지구 매립토 전체를 다른 흙으로 치환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고 있어 양측의 심리적 거리는 여전히 멀어 보인다.

사천시는 이날 시청을 찾은 KAI 관계자에게 ‘종포지구 A320 WBP(Wing Bottom Panel, 날개하부구조물) 생산공장부지 제공 제안서’를 전달했다.

이 제안서는 도로정비, 용수공급, 전력/가스공급, 폐수처리장 건설 등에 74억 원을 들여 2013년 5월까지 산업기반시설 일체를 갖추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공장부지를 무상임대 하며, 300대 규모의 주차시설과 300석 규모의 식당, 체육시설(족구장과 풋살구장) 등 복지시설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무엇보다 ‘11월 10일까지 공사 착공이 가능하도록 관련기관의 사전 협조 서류 제출’이라는 KAI측 요구조건을 들어주기 위한 몸부림(?)이 눈길을 끈다. 이를 위해 사천시는 종포지구 항공부품 공장부지조성 추진계획서를 비롯해 △부지정지공사 발주 관계 서류 △도시관리계획 변경 공람공고문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회 구성 △도청/낙동강유역환경청 방문 출장복명서 등을 증빙서류로 제출했다.

▲ 이 제안서에는 산청군이 KAI에 제시한 조건 전부를 사천시 역시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나아가 정만규 사천시장은 이 같은 모든 제안사항을 이행할 것을 약속하는 확약서를 작성했고, 사천시의회 역시 12명 재적 시의원 모두의 서명이 들어간 의견서를 첨부했다. 이 의견서에는 기반시설 공급과 예산확보 등 사천시가 KAI에 제시한 제반 조건을 적극 수용하고 즉시 이행될 수 있도록 협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국 산청군이 KAI에 제시한 모든 조건을 다 수용한 셈이다. 나아가 형식적인 면에서는 사실상 KAI에 항복선언을 한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KAI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지는 못하고 있다. KAI의 요구조건 가운데 한 가지에 대해서는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요구조건은 바로 “부지정지공사 시 준설토 36만㎥ 치환, 방파제 보완 및 해수유입 방지시설과 배수펌프장 설치”이다.

사천시는 이 가운데 후자의 조건에는 “단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준설토 36만㎥의 치환 문제에 대해서는 “공기내 시공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부분 치환’ 계획을 새롭게 내놨다. 건물 기둥을 세울 곳 등 일부에만 치환작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참고로 종포(신촌)스포츠파크 예정부지는 인근 사천만에서 준설한 흙을 채워 조성한 인공의 공간이다. 그리고 ‘준설토 36만㎥ 치환’은 공장예정부지에 해당하는 전체 준설토를 걷어내고 새로운 흙으로 채워 달라는 뜻이다.

▲ A320 관련 공장의 마지막 종착지가 어디로 결정될지 지역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사진은 지난 7월 27일 사천시청에서 만나 이 문제를 의논하고 있는 정만규 사천시장, 여상규 국회의원, 김홍경 KAI사장(오른쪽부터).
이와 관련해 사천시의 입장은 강경하다.

“준설토를 채운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 안정화 됐고, 이런 곳에 공장을 짓는 것도 일반화 돼 있다. KAI 요구처럼 준설토 전체를 다른 흙으로 치환한다면 걷어낸 흙은 어디에 버리고 다시 채울 흙은 어디에서 구한단 말인가? 설령 이 문제를 푼다고 해도 치환에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11월 10일까지 공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KAI 입맛을 맞추기 어렵다.”

그러나 KAI 측은 계획된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준설토 치환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다음은 KAI 이종선 경영지원실장의 얘기다.

“준설토가 지반인 곳은 일반공장을 지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무겁고 정밀한 장비를 넣어야 하는 우리에겐 맞지 않다. 지내력(=지반이 중량물을 지지해 견디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기면 KAI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결정도 우리가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 KAI는 오는 24일 이사회를 열어 A320 관련 공장 부지를 최종 결정한다.
종합하면, 사천시는 KAI가 제시한 마지막 시한인 16일에 맞춰 산청군이 제시한 수준으로 KAI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종포지구 모든 준설토를 치환해 달라는 KAI 요구는 충족시키지 못했다.

따라서 공은 KAI로 넘어간 셈이다. KAI는 오는 24일 이사회를 열어 A320 날개구조물 생산 공장 위치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기사보강>

한편 정만규 시장은 이날 제안서 전달에 앞서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 시간을 마련했다. 정 시장은 이 자리에서 A320 날개구조물 생산공장부지 제공과 관련한 그 동안의 진행과정을 직접 설명했다.

정 시장은 먼저 "종포지구를 공장부지로 무상임대 해 줄 수 있다는 제안을 4월말께 했음에도 아무런 답변이 없어 결과적으로 시간에 쫓기게 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늦게나마 KAI 요구에 따라 11월10일까지 공사 착공이 가능하도록 경남도, 낙동강유역청과 사전 협의해 긍정적인 답을 구했는데, 다시 추가 조건을 내걸었다"며 "준설토 전체 치환 요구는 트집잡기 밖에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 정만규 시장이 16일 오후2시 사천시청 브리핑룸에서 A320 공장부지 문제와 관련해 그 동안의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공장부지 무상임대부터 폐수처리시설 등 산업기반시설 제공, 나아가 각종 복지시설 제공까지 KAI 요구를 모두 받아들인 것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재정자립도가 20%밖에 되지 않는 지자체에서 이런 공장 한 개 더 유치했다가는 사실상 거덜난다. 이로 인해 영유아지원사업 등 각종 복지사업은 그만큼 신경을 쓸 수 없게 된다. 또 다른 기업들과 비교하면 엄청난 특혜요 불균형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여론도 있고, 우리가 (산청군에)안 뺏기려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다시는 나올 수 없는 조건이다."

KAI에 내놓은 제안이 '특정 기업에 대한 지나친 특혜'라는 비판을 인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정 시장은 끝으로 "시가 최선으로 잘 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으니 최종 결정은 KAI의 몫"이라고 말했다.

앞서 KAI는 지난 8월 9일자로 사천시에 보낸 공문에서 "사천시 제안 내용을 확약할 수 있는 관련기관의 사전 협조 서류를 8월 16일까지 통보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공문에는 이와 함께 "A320 WBP공장 건축 불가 시 종포 부지는 당사 타사업 또는 협력업체 부지로 우선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바란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천시로선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도 여전히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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