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천세계타악축제, 그 무대 뒤편에서 느낀 긴장과 감동

▲ 2012 사천세계타악축제 통역팀장을 맡은 최희독 씨.
'진정으로 위대한 일은 보이지 않는 성장 속에서 서서히 이루어진다.'

이 지역의 일꾼 만으로 올린 2012년 축제를 되돌아보면서, 이번 축제가 나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주었는 지를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어떤 이는 1억 얼마가 또 추가되었는데 무슨 근거로 부족한 지원이었느냐고 말하기도 하고, 정체성도 방향도 없는 축제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축제를 돌아보면서 나는 위의 세네카의 말이 얼마나 정확한 것인가를 몸소 느끼게 되었다.

축제 첫 날 아나운서가 3개월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준비한 축제라는 멘트를 날렸을 때, 그 의미를 정말 이해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을까?

나에게는 전설의 팀, 레전드의 팀으로 비춰지는 모든 축제 사무국의 팀장들에게 나는 그 의미를 다시 일깨워 드리고 싶다.

축제를 준비하는 동안, 축제를 진행하는 동안, 그리고 축제를 정산하는 동안 자꾸만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많은 소식들이 피곤한 이들의 가슴에 자꾸만 돌더미를 얹고 있다.

▲ 축제는 돈이 아닌 땀과 눈물과 보람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됐다. 세계타악축제 한 장면.
하지만 축제라는 것을 한 번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축제 막판에 몇 억이 들어오든 간에 그것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축제는 돈이 아닌 땀과 눈물과 보람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축제를 하면서 가장 숨가쁘고 말 그대로 피를 말리는 사건들이 몇 가지 있었기에 그것을 마무리로 대신하고 싶다.


첫 번째 에피소드.

공연을 한 시간 삼십 분 앞두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팀은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의상을 완비하고 오기로 하고는 셔틀버스를 타고 떠났다.

그 동안 무대 옆 가이드라인 안에서 자리를 지키던 나에게 급한 무전이 왔다. 말레이시아 팀이 다음 순서인데 연락이 안 된다고, 통역도 전화를 안 받는다고...

그 순간 휴대폰과 무전기에는 동시에 급한 연락이 들어왔고, 두 모금째 피던 담배를 집어던지고 2층 사무국을 향해 뛰었다.

국장님이 뛰어나왔고, 행사지원팀장은 무선과 휴대폰으로 계속해서 연락을 시도했다.

말레이시아 통역에게 전화를 해야되는데 계속 수신이 들어오니 미칠 것만 같았다.

▲ 출연하기 직전까지 연락이 끊겨 진행요원들의 속을 태웠던 말레이시아 공연팀.
두 번의 시도끝에 통역과 연락이 되었고 동시에 무대에서 무전이 들어왔다.

"팀장님, 말레이시아 어떻게 되었어요?"

"지금 바로 무대로 갑니다."

무대 옆으로 뛰어감과 동시에 말레이시아 팀이 보였다.

혹시나 해서 부족한 무전기 수량에도 불구하고 통역팀에게 지급했던 무전기가 그 급박한 상황을 살린 것이다.

뒷 이야기지만 숙소인 모텔에서 말레이시아 팀원 중 한 명이 개인적으로 중요한 것을 담배곽에 넣어 두었는데 그것을 찾으려고 쓰레기통까지 뒤지다가 왔다는 것이다.

미리 늦는다고 이야기만 됐어도 그렇게 급하진 않았을텐데, 모든 변수를 다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상기케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에피소드.

축제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쓰이는 것들 중의 하나가 공연장 근처 상인들과의 조정문제였다.

축제장 윗편에 충분한 주차장을 준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가까이 차를 대고자 하는 시민들과, 그들이 가까이 주차할 수록 많은 매상을 올릴 수 있는 상인들의 처지 때문에 주차문제는 끝까지 변수로 남아있었다.

▲ 2012 사천세계타악축제, 내게는 꿈의 축제였다.
축제 마지막 날이었는 지 그 전날이었는 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4시 30분경, 나는 우연히도 그 장소에 있었다.

그리고 많은 차들이 한바퀴를 돌아서 외부 주차장으로 가는 가운데 한 차가 떳떳하게 주차선 중간의 안쪽에 차를 대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대 혼란의 전초였고 그 뒤로 세 대의 차가 꼬리를 물고 내려오고 있었다.

그 뻔뻔한 운전자에게 내 이름표에 적힌 집행위원이라는 글자가 없었다면 다시 차를 뺄 양심은 없었을 것이다.

자기의 임무가 있다는 것, 그것으로 해야할 사명과 권리가 주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 지 다시 느끼게 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의 피말리는 사건이 있었지만, 글이 길어지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닌 분들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아 위의 두 가지 에피소드를 남긴다.

그리고 덧붙여 하고 싶은 말은 무대서 빛나는 사람, 갈채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아닌, 무대 뒤편에서 하는 일을 스스로 택한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 다시 느끼게 해준, 나에게는 꿈의 축제였고 전설의 팀이었던 것이 2012년 사천세계타악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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