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한 매력이 내 발을 묶었던 '안티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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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매력이 내 발을 묶었던 '안티구아'
  • 김윤경 시민기자
  • 승인 2012.08.09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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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 대로 세계일주>14. 살사레슨과 일본인 친구들

▲ *안티구아의 상징인 시계탑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신랑/신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매일 보아도 질리지 않았던 뻔뻔스럴 정도로 화려한 파스텔톤의 벽칠과 색조 대비를 의도한 듯 피어있는 화사한 꽃들. *안티구아 시내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던 다양한 공연들...그날은 저 꼬마형제들이 지나가던 수녀님들의 발걸음을 꽁꽁 묶어 두었다는...*주말이면 안티구아 시내에 차 없는 거리가 형성되고, 걷는 기쁨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아름다운 볼거리와 들을거리가 더욱 풍성해진다.(사진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
원래 안티구아에 오래 머물 계획은 없었다. 한 2-3일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에. 하지만 비슷한 풍경의 작은 도시, 멕시코의 산 크리스토발에서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내가 안티구아에는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식민지 시절의 과테말라 수도였던 안티구아.

길거리 돌바닥 자체에서부터 유구한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담긴 모습과 거리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로운 커피향, 뻔뻔스러울 정도로 화려한 파스텔 톤의 페인트칠과 담장 위 환한 꽃들로 장식된 식민지 풍 집의 아름다움은 매일 봐도 질리지가 않았다.

거기에 센트럴 광장에 가면 매일 볼 수 있는 각종 거리 공연과, 저렴한 물가에 반하지 않기란 참으로 힘들었다. 그래서 쿠바에서 배우려던 살사레슨을 여기서 받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우선 게스트 하우스에 살면서 살사학원 알아보기에 돌입. 나름 잘 배우고 싶은 마음에 다른 곳보다 비싸지만 대형 거울이 설치되어 있고, 가르치는 선생이 3명이나 되는 ‘살사 마스’로 결정.

▲ 233년간 스페인 식민지의 수도였던 안티구아 남서쪽에 위치한 '성 프란시스코 성당'
내심 꽃미남 젊은 선생님에게 수업 받을 것을 기대했지만 보기에도 느끼하게 생긴 ‘알베르토’를 내 선생님으로 맞이했다.

매일 살사레슨 받으면서 합리적인 가격의 홈스테이를 알아봐도 별다른 진전이 없던 차에 같은 살사 스쿨에 다니는 일본인 여행객에게 어디서 머무냐고 물었다.

홈스테이를 하는데, 식사가 엄청 맛있다는 그녀의 말에 수업 끝나고 당장 '네 방 구경하러 가도 되냐'는 뻔뻔스런(?) 부탁으로 알게 된 ‘Any de casa’(아니의 집).

처음엔 음식이 아무리 좋아도 다운타운에서 15분 이상 걸어야 하는 위치와 모 한국인 블러그에서 읽은 그 위험하다는 ‘Cerro de Cruz’ 근처에 위치한 것을 고려하니 쉬이 결정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요일 점심/저녁을 제외한 매일 3식과 청소 제공, 개인 룸인 홈스테이 가격이 일주일에 약 450Q(약 60달러), 즉 우리 돈 약 67000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외면하기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 *밤마다 우리의 술안주가 되어 큰 웃음을 선사했던 나의 오일리한 살사 튜터 알베르토매일. *축구를 하기 위해 안티구아로 온 가쿠와 집안 일을 하던 어머니를 곧잘 도우던 마리타의 착한 첫째딸 *아니의 성찬을 즐기던 나의 홈메이트들(사진왼쪽부터 시계방향)
다운타운에 위치하고, 방 환경은 좀 더 좋지만 음식의 질이 약간 떨어지는 곳조차 일주일에 80달러를 요구했으니깐. 며칠 동안 고민한 끝에 결국 매일 운동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아니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기로 결정했다.

여행 중 첨으로 갖게 된 내 독방~!
장기 여행이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주로 다인실을 이용하는데 익숙해져 있고, 배낭의 무게를 고려해 무엇을 사기 보다는 무엇을 버릴까를 생각하면서 다니다 보니 화려하지 않은 작은방이라도 개인 침대와 옷장, 책상/의자 하나에 괜히 급 부자가 된 것 같이 느껴지는 나…….
그리고 계급과 월급은 버렸지만 대신 소소한 것에도 다시 감사를 느끼게 해 준 여행…….

재미있는 건 그곳이 일본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라 나 빼고는 모두 일본인이었다는 것.
다양한 이유로 스페인어를 공부하러 왔던 그들 모두는 나의 스페인어 선생님이었고, 내가 배우지 않으려고 해도 나만 보면 사람들은 안티구아에 있는 한 스페인어 공부는 의무라며 자꾸 스페인어를 가르쳐 주었다. 행복하게ㅋㅋ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텔로 선정된 “Casa santa Domingo"에서 전통 공예품을 파는 사람들
스페인어에 매진해야 할 그들에게 영어 사용하기를 종용하고, 거기다 매일 한국어까지 가르치는 나는 그들에게 한국에서 온 ‘악마’였다.

또한 73세의 살집 넉넉한 아니의 요리솜씨는 과연 듣던 대로 훌륭하여 입주 일주일 만에 바디라인이 무너진 나를 발견했으며, 그 무섭다는 ‘Cerro de cruz’는 알고 보니 경찰들이 상주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매일 조깅하는 곳이었다. 덕분에 나도 매일 안티구아 전체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특히, 38세에 은퇴 이후 50세에 이르는 현재까지 전 세계 80여 개국을 여행했다는 열공 노총각 아저씨 슈와 안티구아 축구팀에 이적하고자 온 잘생긴 청년 요시다, 남들과 다른 외국어 하나는 마스터하고 싶다는 이유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어학연수를 온 33살의 샤또시, 2년 전 안티구아에서 배웠던 스페인어 실력이 저하되어 다시 왔다는 IT 회사 은퇴자 70대 다카시 할아버지와 함께 매일 저녁 식사 후 그날의 재미있었던 일과 관심거리를 나누었던 조촐한 술자리는 우리들의 작은 엔돌핀 공장이었다.

물론 우리의 최고의 술안주는 레슨시 셔츠 단추를 세 개나 풀어 오일리함의 극치를 보여줬던 내 살사 튜터 “알베르토”였지만 ㅋㅋ

▲ 안티구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Cerro de Cruz'(십자가 언덕)
무엇보다 집안일과 청소를 도우는 마리타의 천진난만하고 착한 세 딸들은 어린나이 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일을 곧잘 도와주어 볼 때마다 마음 한 켠을 찡하게 만들곤 했다.

가난하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보이는 예쁜 세 천사를 위해 안티구아를 떠나기 전날 문구류를 사서 선물하니 갑자기 마리타가 막 운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스페인어를 거의 못하는 내가 그동안의 품앗이 스페인어 능력으로 이해한 바로는 9살인 막내 마리나가 5살 되는 해 아이들 아빠가 생을 달리하여 그동안 혼자 아이들을 키우느라 힘들었다. 뭐 그런 내용인 것 같았다.

그러면서 꼭 다시 안티구아에 오란다.
그리고 스페인어 공부 열심히 해서 그때는 스페인어로 이번에 못 다한 이야기를 실컷 나누자고…….
여행하면서 내가 행복해지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남을 행복하게 만들면 내가 더 행복해지는 단순한 원리를 다시금 깨닫게 해줬던 천사 같았던 그들~!

기다려!
정말 나 다시 돌아갈 터이니~!!

이 글은 김윤경 시민기자가 2010년 7월부터 2011년 7월까지 13개월간 세계 곳곳을 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한 여행기다. 그녀는 1997년 해군장교로 임관해 근무하다 2010년 11월에 소령으로 전역했으며, 지금은 보건교사로 일한다. 고향은 경남 진주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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