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대로 세계일주]13. 멕시코 바다에서의 특별한 경험 '둘'

서~~핑~~!
듣기만 해도 얼마나 멋있고, 아름다운 단어인가~!
오스트리아 친구 코로나가 소개해 준 현지 호스텔에서 만난 서양 예쁜이들과 썬베씽 하고, 어른, 꼬맹이 할 것 없이 서핑 보드를 들고 다니며 자유롭게 서핑 하는 모습을 볼 때도 난 여전히 행복했다. 더구나 거친 파도와 함께 보는 석양은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웠으니깐.
하지만 노르웨이 보건국에서 일하는 늘씬 미녀 캐서린, 캐나다에서 온 성격 좋은 맨디와 함께 배운 4시간 동안의 레슨에서 유일하게 파도타기에 실패한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

해군장교 출신이 보드 위에서 멀미를 느낀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워 어떻게 해서든 쏟아지려는 위 내용물들을 참아 보려 했지만 나의 위가 거친 너울이 있는 그곳의 바다를 감당하지 못하고 마침내 그날 먹은 것을 고스란히 반납하는 만행까지 저지르자, 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와 서핑이 인연이 아님을…….
한 운동한다고 자부하는 나 임에도 불구하고 보드, 스케이트 등 균형 감각이 필요한 종목에는 왜 이리 약한지…….
이름도 몰랐던 이 먼 곳까지 서핑이란 단어 하나에 꽂혀서 왔는데, 갑자기 그 목표가 사라지니 실망감이 스멀스멀 올라 올려는 찰나 맨디가 해변에서 우연히 얻은 정보로 아기 거북이 방생하는 현장을 가게 되었다.
물론 정보는 맨디가, 추진은 멋지게 서핑을 타 나를 부럽게 만들었던 캐서린이.
난? 그냥 묻혀 가기~!!

택시기사랑 흥정을 잘 해야 한다.
도착하면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대신 자원봉사로 그 일을 하고 있는 단체에 본인 내키는 대로 기부금을 내면 된다.
베니스 후아레스까지 택시를 타고 간 그곳은 한적한 것이 많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던 푸에르토 에스콘디도와는 다른 분위기였고, 동물 공포증으로 병아리조차 만져 보지 못했던 난 난생 처음 인간 이외의 생명체를 오롯이 손에 올려 보는 묘한 경험을 했다.
더불어 나와 같은 두려움 따윈 모른다는 듯이 순진한 눈망울을 지닌 꼬맹이들이 이제 갓 태어난 아기 바다 거북이를 들고 있는 모습은 순수함의 극치였다.

잔잔한 모래 위에 수백 마리의 아기 거북이들이 그 거친 생의 시작을 위해 각자의 속도로 열심히 바다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뭉클했다.
더구나 정말 느린 속도로 힘들게 바다를 향해 가는 그 작은 생명체를 거친 파도가 다시 출발선상으로 돌려놓을 때는 안쓰럽다 못해 안타깝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크고 거친 바다에 작은 수백 마리의 아기 거북이를 보내고 나서 바라보는 석양은 평소와 다른 또 다른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결국 거북이 방생하는 걸 무척 좋아하는 캐서린으로 인해 우린 다음날 또 그곳에 갔다. 하지만 그 감동은 줄지 않았다. 이래서 사람은 선한 일을 하고 살 때 삶이 더 풍요로워 지고, 삶에 더욱 감사하게 되나 보다.
이 글은 김윤경 시민기자가 2010년 7월부터 2011년 7월까지 13개월간 세계 곳곳을 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한 여행기다. 그녀는 1997년 해군장교로 임관해 근무하다 2010년 11월에 소령으로 전역했으며, 지금은 보건교사로 일한다. 고향은 경남 진주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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