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농성 끝낸 양식어민들 "부관 소급 삭제" 요구
사천시 "어민 승소하면 수자공이 시에 책임 물을 것, 안 돼"

▲ 수자원공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였던 사천시 어류양식어민들이 돌아왔다. 이제는 사천시를 향해 어업면허 허가 시 달았던 부관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수자원공사 앞 집회장면.
남강댐 방류로 인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사천시 가두리양식 어민들의 한국수자원공사 본사 앞 천막농성이 7월 16일로 끝났다. 농성 시작 47일째 만이다. 앞서 단식농성을 벌이던 어민 김성진 씨도 갑작스런 맹장수술을 받으며 단식 37일째에서 멈춘 바 있다.

어민들의 수자원공사 앞 오랜 농성은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처리하겠다”는 수자원공사의 ‘무기’ 앞에 힘을 쓰지 못했다. 어민들 입장에서 보면 안타깝지만 별 소득이 없었던 셈이다.

다만 어민들은 농성을 끝내면서 ‘가두리양식업에 대한 소멸보상 추진’을 제안했고, 이에 수자원공사는 “어장감축 관련 예산확보 건의사항은 필요시 관계기관 협조 등 노력을 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어민들 입장에선 ‘어업면허를 반납할 테니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적절한 보상을 해 달라’고 제안한 셈인데, ‘필요하면 노력해보겠다’며 매우 조심스럽게 답한 것이다.

그밖에 어민들이 줄곧 주장하던 ‘남강댐 방류로 인한 피해보상’ 문제와 관련해선, ‘법원에 진행 중인 소송 결과를 지켜본 뒤 처리하겠다’는 수자원공사의 기존 입장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에 가두리양식 피해어민들은 어업면허 부관 문제로 사천시를 압박하고 나섰다. 사천시어류양식협의회 회원들은 지난 20일 “어업면허 취득 시 ‘남강댐 방류로 인한 피해보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부관에 서명하게 한 것은 잘못된 행정 행위”라며 사천시장 면담을 요청했다.

당시 정만규 시장이 사천시청사에 머물지 않아 어민들의 면담 요청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민들은 조만간 집회를 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천시를 압박하겠다는 입장이다.

어민들의 요구사항은, 2008년 11월부터 신규 어업면허 처분 시 문제의 ‘부관’을 삭제한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이전에 처분한 어업면허에서의 ‘부관’도 무효화 해 달라는 것이다.

어민들이 이런 요구를 하는 이유는 역시 수자원공사와 다투는 재판과 관련이 있다. 부산고등법원은 이 사건의 항소심 판결문에서 “부관이 위법하여 무효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어민들은 이 판단을 뒤집어 “부관이라는 것이 애당초 위법한 것이었음”을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주장의 근거로 다음을 주장하고 있다.

▲ 사천시가 가두리양식 어민들에게 어업면허 발급 시 조건으로 달았던 부관.
사천시가 2008년 11월부터 어업면허 처분 시 부관을 삭제하기로 한 배경에는 사천만 어민들의 항의가 계기로 작용했다는 것. 여기에 사천시 고문 변호사가 ‘수산업법 본래의 목적과 전혀 무관한 부관으로써 본 내용의 부관 부여는 부적합한 행정행위’라는 취지의 해석을 내렸고, 인근 남해군과 하동군에서도 오래 전부터 어업제한 조건을 달지 않고 있음을 확인한 끝에 부관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를 종합해 ‘그 이전의 부관 역시 부적합함’을 강조하는 셈이다.

실제로 1973년 10월 20일, 경상남도가 시달한 ‘남강댐 방수로 인한 부분피해지구 어업면허처분지침’ 제5조는 “남강댐 방류지역의 경우 신규어업면허처분을 하고자 할 때에는 피해 어업권과 피해시설물 및 생산물 등 여하한 명목의 피해보상 및 손해배상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자진 의사표시의 공정증서를 첨부한 경우에 한하여 면허처분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부분피해지구’ 또는 ‘남강댐 방류지역’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행정기관과 수자원공사는 적어도 사천시에 속한 바다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한 반면에, 어민들은 영세어민생계비지원한계선(=실안동 산분갑 최단돌출부에서 서포면 비토리 최동단 돌출부로 연결한 선) 즉 어업제한구역 안쪽만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럴 경우 생계비한계선 바깥에 있는 가두리양식어민들은 부관 적용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재판부의 최종 판단이 궁금한 부분이다.

그런데 기존 주장과 과정이 어떻든 간에 사천시가 2008년 11월 이후로 해당 부관을 삭제했기에, 지금은 그 이전 어업면허 처분 시 조건으로 달았던 부관은 어찌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았다.

어민들은 남은 대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소급 적용’으로 당장 부관을 떼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면서 전북 고창의 사례를 들며 사천시를 압박하고 있다.

고창군에 확인한 결과, 고창군은 인근 영광군에 있는 영광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 영향으로 1990년대부터 어업권을 제한하는 부관을 운용해 왔으나, 법률 자문을 바탕으로 2011년 6월부터 부관을 삭제했다. 중요한 것은 이전의 부관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 사천시어류양식협의회 심부택 회장.
그러나 사천시는 부관 삭제를 검토할 당시 과거 처분한 어업면허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어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전 부관까지 없앨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어민과 수자원공사 사이의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사천시 관계자는 “부관 문제가 소송에 영향을 미쳐 수자원공사가 어민들에 피해보상을 해야 할 경우, 수자원공사가 사천시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게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였다”며 난감해 했다.

결국 사천시는 해당 부관의 위법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천시 소속 어민이 수자원공사에 승소할까 두려워 부관 삭제를 소급 적용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사천시어류양식협의회 심부택 회장은 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천시의 입장은 이미 알고 있다. 어쩌면 변호사가 그렇게 자문한 게 아니라 법률자문을 그런 식으로 유도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어민들은 지금 파산 일보 직전이다. 이런 마당에 시민을 지켜줘야 할 사천시가 책임회피에 급급하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어민들을 결집해 ‘부관 소급 삭제’를 꼭 이뤄내겠다.”

경상남도와 사천시가 어업면허를 허가함에 있어 ‘남강댐 방류로 인한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부관을 붙였던 것이, 나아가 그것이 지금도 적용되고 있는지 아니면 삭제되고 없는지 하는 문제가 사천만 어민과 수자원공사 사이의 법적 다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 놓인 어민들로선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없어 보인다. 사천시가 이런 어민들을 어떻게 대할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끝으로 여기서 말하는 부관(附款)이란 ‘법률행위의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제한하기 위하여 부가되는 약관(約款)’을 일컫는 것으로, 경상남도는 1973년부터 ‘남강댐 방수로 인한 부분피해지구 어업면허처분지침’을 통해 어업면허 허가 시 앞서 언급한 내용의 부관을 달았다.

▲ 사천시 서포면 앞바다 가두리양식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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