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맛집기행>두터운 속살을 살짝 대쳐 입안에 쏙~ '하모 샤브샤브'

제일전복횟집은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삼천포대교공원 밑에 있어 널찍한 공용주차장에 주차하기가 좋고 삼천포 대교가 바로 코앞에 있는 듯 보인다. 얼핏 보면 마치 관광 명소를 염두에 두고 자리 잡은 관광 식당 같다. 그러나 대교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제일횟집은 여기에 있었다. 10년도 더 된 것이다.

여름 보양식으로 널리 알려진 하모(갯장어)회를 뽀얀 국물에 채소와 함께 데쳐서 먹는 하모 샤브샤브. 사천시 인근에서 제일전복횟집에서 맛 볼 수 있다.
횟집에 들어서니 마당 수족관 옆에 꽤 큼직한 도마가 놓여 있고 한 여인이 하모를 잡고 있다. 제일전복횟집 여사장 김판선(58세)씨다. 자그만 몸집인데도 하모 머리에 못을 치고 껍질을 척척 벗겨낸다.

“ 사장님, 왜 삼천포에서 하모 샤브샤브는 여기밖에 하지 않아요?”
“ 글쎄요. 우리 집에서 배워서 대여섯 군데가 식당을 열었는데 계속하지 않데요. 다루기가 귀찮고 힘들어서 그런 모양이지요.”

하모는 잔가시가 많아서 웬만한 남자도 장만하기 쉽지 않다. 이런 하모를 군더더기 하나 없는 동작으로 자연스럽게 너무 편하게 처리하는 모습에서 장인의 면모가 엿보인다.

하모(갯장어)는 일본인들이 각별히 좋아하는 생선이다. 사진은 수족관 속 갯장어.
원래 ‘하모’는 일본말이다. 갯장어가 맞는 우리말이다. 그런데 찾는 사람이나 요리를 제공하는 사람이나 모두 ‘하모’라고 하기에 외래어지만 여기서도 그냥 하모라고 부르기로 한다. 설마 음식 이름 가지고 애국심을 논할 사람이 있겠는가?

하모는 일본인들이 각별히 좋아하는 생선이다.
그들은 여름 보양식으로 하모를 먹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삼계탕과 보신탕으로 여름을 나듯이 그들은 하모로 여름을 이겨낸단다.

샤브샤브용으로 투툼하게 썬 하모회.
깻잎, 버섯, 부추 등이 하모 샤브샤브의 독특한 풍미를 더한다.
하모를 즐기는 요리법으로 난 개인적으로 ‘샤브샤브’를 제일로 친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 근동에서 하모 샤브샤브를 하는 곳은 제일횟집 밖에 없다. 하모 회라고 하면 인근 고성이 유명한데도 샤브샤브를 내 놓지 않는다.

펄펄 끓는 육수에 살짝 데친 하모 샤브샤브. 통통한 하모 속살을 제대로 맛 볼 수 있다.
딸이 한 살 되던 32년 전에 새 각시 김판선 씨는 부둣가에 횟집을 열었다.
억척같이 회를 썰어 팔아서 배를 두 척이나 모았다. 선주 아내가 된 것이었다. 원래 배 사업이란 상당한 모험이 따르는 업이다. 운이 따라야 되는 사업인 것인데 김 사장은 운이 없었다. 인사사고가 따르고 하면서 배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제일전복횟집 김판선(58) 사장은 여수에서 하모 샤브샤브를 배워 삼천포에서 최초로 하모집을 열었다.
새 각시는 절망하지 않았고 빈손으로 여수로 향했다. 새로운 활로의 모색이었다.
여수의 유명 횟집에서 두 달간 주방 일을 하면서 ‘하모 샤브샤브’를 배웠다. 삼천포에 돌아와서 최초로 하모집을 열었고 성공을 한 것이다.

“ 샤브샤브 육수는 무엇으로 맛을 내나요?”
“ 하모 머리는 버리고 뼈만 모아서 고아내지요. 하모 한 마리에서 나오는 것이 일반 장어 열 마리 끓여 내는 것보다 더 많이 우러나와요.”

샤브샤브 육수에 녹두, 조, 완두, 생강을 넣고 쑤워 낸 영양죽. 맛이 일품이다.
하모를 샤브샤브 육수에 데쳐 내서 먹다보면 육수가 졸아든다.
그럼 그 육수에 녹두, 조, 완두, 생강 등을 넣고 죽을 쑤어 낸다.

2년 전에 왔을 때는 이렇게 밥자리에서 죽을 쑤어서 마무리를 했는데 이제는 주방에서 죽을 쑤어온다. 손님들이 너무 많이 밀려와서 도저히 과거의 수공업적인 방법으로는 대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김 사장의 얼굴에 얼핏 소녀 같은 앳된 잔영이 비친다.
김 사장은 신문에 낸다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했다.

"손님들이 오실 때 전화로 예약을 해 주셨으면 해요. 오늘 같은 날도 멀리서 오는 예약손님들 때문에 더 이상 손님을 받지 못했어요".

"자리가 없다하면 손님들이 ‘장사가 잘되니 배가 불렀구나’ 이래요. 사실 그런 마음은 전혀 없는데요. 그런 말씀 들으면 섭섭하기도 해요. 전화로 예약해서 오시면 헛걸음은 안 하시니까. 이렇게까지 된 것도 아껴주시는 손님들 덕분인데...
".

그러고 보니 아까도 안면 있는 시청 공무원 몇 사람이 빈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이런 말을 하는 김 사장의 얼굴에 얼핏 소녀 같은 앳된 잔영이 비친다. 억척같아 보이지만 김 사장의 속내에는 분명 여린 여성도 자리하고 있음이리라.

식당을 벗어나니 이미 어둠이 내려앉았고 삼천포 대교 조명도 켜져 있다. 어디선가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삼천포대교공원 주차장 인근에 자리잡은 제일전복횟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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