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으로 가을을 말하고 싶었다”..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써라
뉴스사천 인문특강서 시와 친해지는 방법 소개..‘시적인 삶’ 강조

 

'연탄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안도현 시인이 지난 16일 저녁 사천문화원 대강당에서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시'라는 주제로 인문특강을 펼쳤다.

'연탄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안도현 시인이 지난 16일 저녁 사천문화원 대강당에서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시'라는 주제로 인문특강을 펼쳤다.

이날 뉴스사천과 서경방송이 마련한 사천시민 인문특강에서 안도현 시인은 '시'와 친해지는 방법을 소개했다. 시인은 먼저 시어의 내포적 의미나 사전적 의미를 따지지 말고 시를 많이 읽으라고 조언했다. 학생들에게는 교과서에 실린 대표시인들의 시라도 인터넷에서 검색해 열 편씩 읽을 것을 권했다. 10분이면 열 편 정도는 읽을 수 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무슨 의미냐고 고민하거나 검색하지 말고 넘어가고 시를 많이 읽으라고 했다. 그렇게 시를 읽어가는 과정을 통해 시와 친해질 수 있고, 수능 언어영역 점수도 5점 이상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도현 시인은 자신을 시를 가장 잘 쓰는 시인은 아니지만 다른 시인들의 시를 많이 읽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시인은 한 달에 1000편 정도의 시를 읽고 있다.

 

안도현 시인이 시적인 것은 창의저인 것과 비슷한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시인은 '시적인 삶'을 강조했다. 그는 "시적인 것은 교육학에서 말하는 창의성과 100%일치한다"고 말했다. 남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서는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개념이란 아주 구체적인 것들을 일반화시킨 것이고, 대부분 지식은 개념을 공부하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시인은 "너무 공부만 열심히 하지 마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시란 개념의 반대편에 서 있다는 것. 안도현 시인은 "시는 이 세상에 없는 유일무이한 것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 박재삼 시인의 말을 인용했다.

시인은 구체적인 예로 어린이가 쓴 동시 두 편을 비교했다.

 

안도현 시인은 동시 두 편을 예로 들어 창의성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 시(사진 왼쪽)는 피상적이고 관념적으로 바라본 시라면, '엄마의 런닝구'는 사랑이라는 말 한마디 없이도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평했다. 아버지가 엄마의 째진 런닝구를 쭉쭉 찢는 행위는 폭력이 아닌 엄마에 대한 배려를 표현하고 있다. 어느 시가 감동적이냐는 시인의 질문에, 대부분의 관객은 두 번째 동시에 손을 들었다.

'엄마의 런닝구'는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딱딱한 말 대신 구체적인 그림으로 보여줬다. 창의성이 발휘된 단어는 '런닝구'다. 이 단어를 엄마의 내의, 속옷, 메리야스 등으로 바꾸면 감동이 떨어진다는 것. 시인은 사랑에 대해 쓰려면 '사랑'이라는 말을 시에 쓰지 말고, 제목으로도 쓰지 말아야 한다고 훈수한다.

그는 자신이 '연탄시인'으로 불리게 된 일화를 소개했다. 20여 년 전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 학교에서는 '가을'을 소재로 글쓰기를 시켰다.

그때도 학생들은 '낙엽, 코스모스, 귀뚜라미, 단풍잎, 하늘, 황금들녘, 허수아비, 참새, 추석' 등 상투적인 것들을 떠올렸다. 낙엽은 떨어진다로 연결되고, 귀뚜라미는 귀뚤귀뚤과 조우하고, 허수아비는 참새와 함께 있었다. 상투적인 조합이었고, 죽은 언어였다.

 

연탄은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물 중 하나였다.

시인은 옛날 여름의 무더위가 꺽일 때 쯤 연탄을 실은 트럭과 리어카가 거리와 골목을 누볐던 것을 떠올렸다. 연탄 배달은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풍경이었다. 시인은 학생들에게 연탄을 소재로 시를 써보길 권하기도 했지만 몇년이 지나도 쓰지 않았다.

 

안도현 시인의 강연을 듣기 위해 사천문화원 대강당을 찾은 시민과 학생들.

시인은 몇년이 흐른 후, 아무도 쓰지 않자 연탄을 내세워 가을을 이야기했다. 애초에 연탄을 소재로 타인에 대한 사랑을 쓰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남들이 이야기 하지 않은 창의적인 가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너에게 묻는다' 전문

'너에게 묻는다'를 비롯해 연탄을 소재로 몇 편의 시는 그렇게 탄생했다. '너에게 묻는다' 시에서 '너'는 그 누구도 아닌 시인 자신이었다고 술회했다. 결과적으로 연탄은 가을이라는 계절을 인식하는 소재로, 타인과의 관계를 성찰하는 상징으로 다가왔다. 시인은 연탄 시 덕분에 한국석탄공사와도 친하게 지낸다고 너스레 떨었다.

 

시인은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글쓰기를 통해 완성된다며, 문자메시지를 보내더라도 창의적으로 보낼 것을 주문했다.

시인은 "무엇을 안다는 것은 이 세상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지점이고, 글쓰기를 통해서 완성된다"며 문자메시지 하나를 보낼 때도 남과 다르게 보내길 희망했다. 그는 '누님이 아름답기 때문에 가을이 왔다'고 노래한 고은 시인의 말을 재인용했다. 다르게 말하면, "시는 생각의 역전을 이용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안도현 시인은 "직유법 등 수사법이란 남과 다르게 말하려고 발달했다. 자신만의 직유, 수사법을 개발할 때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말했다. 또한 창의성이 개발될 때 세상은 시적으로 바뀐다며, 시적인 삶을 권유했다.

강연은 1시간가량 진행됐으며, 30분간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한 관객이 안도현 시의 뿌리를 묻자,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자"라고 말한 체게바라의 말을 인용한 뒤, 현실성과 서정성이 결합된 시를 꿈꾼다고 밝혔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연말께 동시집을 한권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천을 자주 찾겠다는 약속도 했다.

 

강연이 끝난 후 사인회가 이어졌다.

한편,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난 안도현 시인은 원광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으며,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8년 제13회 소월시문학상 대상과 2002년 노작문학상을 수상했고, 2007년에는 제2회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연탄> <그대에게 가고싶다> <바닷가 우체국> 등과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짜장면> 등을 펴냈다. 서경방송은 강의내용을 녹화 방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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