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제1회 수상자 이시영 시인 "첫 수상 기쁨 오래 간직하고파"

대한민국 대표 서정시인 박재삼 선생의 시 정신을 기리고, 문학적 업적을 계승하기 위한 제15회 박재삼 문학제가 지역주민과 전국의 문인들이 함께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대한민국 대표 서정시인 박재삼 선생의 시 정신을 기리고, 문학적 업적을 계승하기 위한 제15회 박재삼 문학제가 전국의 문인들이 함께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지역 문인들의 숙원사업이었던 박재삼 문학상도 제정돼 그 의미를 더했다.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인 이시영 시인이 제1회 수상자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행사는 박재삼 문학관 운영위원회(위원장 김경숙)와 박재삼 詩 사랑회 주관으로, 8일부터 10일까지 노산공원 일원에서 박재삼 신인문학상 및 청소년문학상, 백일장, 문학세미나 '박재삼 시의 사회의식', 박재삼 문학상 제1회 수상집 발간, 시극 '팔만대장경의 노래' 공연, 문인 바둑대회 등으로 다채롭게 진행됐다. 동서금동 주민들도 행사에 함께해 추진위에서 마련한 공연 등을 함께 즐겼고, 일부 주민들은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다.

박재삼 시의 사회의식을 주제로 한 문학세미나.
다포전시회.
지역민들을 위해 음식 등을 제공했다. 문학제 기간동안 주민들도 문인들과 어울렸다.
문학제의 본 행사는 시상식. 박재삼 시인의 아들과 친누이를 비롯한 유족들도 문학제에 참석해 문인들과 사천시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9일 오후 문학상 시상식에서 박재삼 시인의 큰 아들 박상하 씨는 "아버지를 기리는 시인들의 마음과 주민들의 따뜻한 환대, 문학상까지 제정되는 등 문학제가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에 감개무량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진주삼천포농악보존회의 길놀이와 판굿 공연.
구영미 무용가의 창작무용 공연.
박재삼 시인과 함께 활동했던 이근배 원로 시인은 문학상 축사를 통해 "상의 권위는 누가 수상자가 되는 것으로 판가름된다"며 "한국시단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이시영 시인이 제1회 수상자가 됐다. 박재삼 문학상은 우리나라 문학상 중 가장 크고 빛나는 권위있는 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삼문학상은 박재삼 시정신 이어가자는 취지로 지난 1년간 출간된 시집 중에서 선별됐다.

신경림 심사위원장을 대신해 심사평을 낭독한 이하석 심사위원은 이시영 시인의 시집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에 대해 "서정시가 갖는 본연의 정서와 미감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현실적인 문제를 간과하지 않고 떠올려 우리 시대의 진실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며 "이러한 시적 태도는 서정과 서사를 하나로 아우르는 특이한 감성에 우러난다"고 평했다.

정만규 시장이 이시영 수상자에게 상패와 상금을 전달하고 있다.
심사평과 시낭송에 이어 정만규 시장이 이시영 시인에게 상금 1000만원과 상패를 직접 전달했다.

다음은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시집에 실린 어머니 생각의 일부분이다. 이날 시상식에서 대표시 중 하나로 낭송됐다.

어머니 생각

어머니 앓아누워 도로 아기 되셨을 때
우리 부부 출근할 때나 외출할 때
문간방 안쪽 문고리에 어머니 손목 묶어두고 나갔네
우리 어머니 빈집에 갇혀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돌아와 문 앞에서 쓸어내렸던 수많은 가슴들이여
아가 아가 우리 아가 자장자장 우리 아가
나 자장가 불러드리며 손목에 묶인 매듭 풀어드리면
장난감처럼 엎질러진 밥그릇이며 국그릇 앞에서
풀린 손 내미시며 방싯방싯 좋아하시던 어머니
하루 종일 이 세상을 혼자 견딘 손목이 빨갛게 부어 있었네

기념촬영 중인 정만규 시장과 이시영 시인.
제1회 수상자 이시영 시인은 "우리가 작고한 문인의 이름으로 된 상을 제정하고 그를 기리는 행위는 ‘세월의 두터운 망각과 외면 속에서’ 그를 지성껏 되살려내어 오늘의 유효한 문학적 자산으로 삼기 위해서다"며 "박재삼 시인은 한극 근대시상에서 한국인의 애틋한 정서를 유려한 언어로 조탁하여 노래함으로써 독자적인 시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시 '울음이 타는 가을강'은 첫사랑에 실패한 모든 소년 시인들의 애송시였다. 나도 그 시 구절을 외우곤 했다. 그의 이름으로 된 상의 첫 수상자가 된 기쁨을 오래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감문을 낭독하고 있는 이시영 시인.
이시영 시인은 1949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수학했다.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월간문학> 신인작품모집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만월> <바람 속으로> <길은 멀다 친구여> <이슬 맺힌 노래> <무늬> <사이> <조용한 푸른 하늘> <은빛 호각> <바다 호수> <아르갈의 향기>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가 있고, 시선집으로 <긴 노래, 짧은 시>가 있다. 정지용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지훈상, 백석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박재삼 문학상과 함께 제정된 '제1회 박재삼사천문학상'의 수상자로는 김륭 시인이 상금 500만원과 상패를 받았다. 박재삼 사천문학상은 지난 한 해 동안 경남지역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등단 10년 미만 시인에게 주어지는 작품상이다.

박재삼 사천문학상을 수상한 김륭 시인과 정만규 시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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