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생의 오솔길] 영화 '맨 인 블랙3' 리뷰

1997년 처음 등장한 맨인블랙은 외계인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영화였다. 오래 전부터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친숙한 우리 이웃의 누군가가 사실은 외계인이라는 설정은 이전의 영화와는 다른 시도였기 때문이었다. 외계인이란 지구 밖의 다른 천체에서 온 존재를 뜻하는데 우리와 같이 그들이 공존한다는 사실은 기존의 과학적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획기적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그 시리즈의 3편이 개봉되었다.

변종 프리퀄

시리즈 영화에서 프리퀄(Prequel)형식은 한계와 장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어떤 영화들은 힘 빠지는 시리즈의 버팀목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어떤 영화는 단순히 관객들의 흥밋거리를 위한 장치로 사용하기도 한다. 맨인블랙 3편은 힘 빠진 시리즈에 생기와 흥미를 동시에 주기 위해 이 형식을 차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성공적인 방법은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그 이유는 이전 두 시리즈의 독창성에 많이 의존하고 있으며 과거의 이야기로부터 관객이 얻을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뿐 과거의 이야기가 전혀 새로운 것이거나 또 다른 흥미꺼리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프리퀄형식과는 약간의 차이는 있다. 이를테면 영화의 주 무대는 현재로 두고 과거로 돌아가는 특별한 장치를 사용한 것과 과거로부터 현재의 무대로 돌아와 영화를 종결짓는 것은 기존의 프리퀄 영화들이 처음부터 과거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과거의 시점에서 끝을 맺는 것과는 다른 느낌을 관객에게 제공한다.

다중 우주론, 시간여행

▲ 진부한 그리고 상투적이며 우울한 표정의 케이와 그 반대의 제이.

에이전트 케이(토미 리 존스 분)의 우울하고 찌그러진 표정 그리고 판에 박힌 행동과 에이전트 제이(윌 스미스 분)의 명랑하고 자유로우며 떠벌이는 행동의 대조는 이번 시리즈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장치인데 이번 시리즈에서 마침내 그런 행동의 배경을 타임머신이라는 보조 장치를 이용해서 관객에게 제공한다. 하지만 속 시원하게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데 어쩌면 이렇게 불투명한 부분을 두는 것이 영화적 장치로는 적절한 듯 보이기도 한다.

▲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제이의 저 표정을 보라! 수다스럽지만 명랑하다.

멀티 유니버스 이론은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의 새로운 이론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주는 하나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기존의 상식인 단일 우주이론을 뒤집는 이 이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와 지구, 그리고 우리와 동일하지만 또 다른 우주와 지구가 마치 퀼트처럼 수 없이 직렬 또는 병렬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론이다. 현재의 시 공간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시 공간이 설정되는 이 이론을 받아들인다면 맨인블랙의 여러 가지 가설들은 엉뚱한 이야기 혹은 공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법 설득력을 가지는 이야기가 될 것이고 더불어 시간여행조차도 완전히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시선과 느낌

우주에서 온 외계인들이 때로 흉측하고 이상스런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 설정은 서양인들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인종차별 의식의 찌꺼기로 보여서 다소 불편했지만 한편으로는 외계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일반인들의 상식에 호소하는 것이므로 더 이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고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악당 외계인 보리스(저메인 클레맨트 분)를 이전 시리즈 외계인 악당과 비교해보면 1편의 바퀴벌레 외계인, 2편의 촉수외계인 설리나보다는 매우 희극적인 면이 있다. 비록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하고 흉측한 괴물을 몸에 지니고 다니지만 행동과 말투는 코믹한 부분이 많다. 아마도 감독의 의도적 연출이거나 아니면 관객인 내가 이미 이런 종류의 영화나 그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에 익숙해진 나머지 그런 느낌이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시점에서 일어난 일이 현재를 바꾼다는 내용은 시간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깊은 의문을 던진다. 현재의 모든 사건이 과거의 모든 사건으로부터 완벽하게 종속되었다는 가설은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삶의 가치가 대단히 축소되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은 순간순간 우리에게 다가오는 현재의 판단과 선택은 거의 무시되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새로운 선택의 연속이며 과거로부터 기인하지만 과거에 묶이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희망적이 아닐까하고 생각해 본다.

<김 선생의 오솔길>은 현현적적 시민기자가 클래식 평론, 영화 평론, 책 평론 등으로 세상읽기를 하는 공간입니다. 현현적적은 곤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김준식 교사의 필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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