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언론 보도에 정부 “결정된 게 없다”, KAI “더 두고 보자”

최근 KAI의 해외 매각설이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하지만 당사자는 차분한 반응이다.

대한민국 대표 항공산업체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외국자본에 팔릴 수도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KAI쪽에서는 “좀 더 지켜보자”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지난 2월13일 연합뉴스를 비롯한 중앙매체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늘리기 위해 공적자금이 투입된 KAI,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조선해양, 한전KPS 등 기업의 정부보유 지분을 국제경쟁입찰을 통해 외국자본에 팔기로 했다.

이와 비슷한 보도는 지난달 말에도 있었는데, 지식경제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전 부처 외국인 투자유치 확대방안’에 18개 공기업의 정부지분을 해외에 판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지식경제부가 공식 해명자료를 냈다. 그 요지는 거론된 기업들을 해외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결정한 사실이 없으며, 향후 투자유치가 가능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별도의 팀을 구성하고 투자유치계획을 구체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말은 결정된 것은 없으나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은 숨기지 않은 셈이다. KAI 해외매각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해 본다.

KAI가 자체 개발한 훈련비행기 T-50

KAI 매각설 주인공 UAE와 EADS

현재 KAI 지분은 산업은행 30.5%, 삼성테크윈 20.5%, 현대자동차 20.5%, 두산인프라코어 20.5%씩 나눠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 지분은 시장에 나온 지 오래 됐지만 찾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보도를 보면 KAI에 가장 입맛을 다시는 쪽은 아랍에미리트(UAE)이다. UAE가 입맛을 다신다기보다 정부가 팔아먹기 위해 매달리고 있는 장면이라 볼 수도 있겠다.

KAI가 2005년 자체 생산한 고등훈련기 T-50의 수출길을 뚫기 위해 정부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수출을 위해 반도체기술도 묶어 파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2조원 규모로 알려진 UAE 차세대 훈련기 사업권을 놓고 이탈리아가 한 발 앞서 경쟁하고 있어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 EADS(the European Aeronautic Defence and Space Company)이 KAI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EADS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 3개국 방위산업체들이 연합해 만든 기업으로, 민수용과 군수용 항공산업 전반에 걸쳐 있다. 특히 헬리콥터와 여객기 생산에 있어 KAI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이다.

현재 KAI에서 8월 완성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국형기동헬기(KUH) 개발사업에 EADS의 자회사 유로콥터가 참여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 시작하는 민간여객기 A-350 개발사업에도 KAI와 EADS가 함께 참여할 만큼 이미 상당한 협력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기업이다.

EADS가 KAI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현재 개발되고 있는 한국형기동헬기 KUH의 성능이 뛰어나고, 이와 동급이라 할 수 있는 유로콥터보다 가격경쟁이 높아 KUH의 판권을 가지기 위함이란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KAI 해외매각설은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또 현재 우리나라 주력 공격형헬기라 할 수 있는 500MD와 AH-1J(S)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 대폭 교체해야 하기에 그 공급권을 쥐기 위한 사전포석이란 분석도 있다.

EADS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두산 지분에다 산업은행 지분까지 매입함으로써 경영권을 가질 계획이었으나 정부가 난색을 표하자 포기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KAI "가능성 낮아, 너무 앞서가지 말라" 경계

그러나 잊을 만하면 다시 나오는 KAI의 해외매각설에 정작 당사자들은 차분한 반응들이다. KAI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언론 보도 외에 특별히 더 아는 게 없다. 산업은행 지분을 놓고 정부차원에서 검토되는 얘기라 모를 수밖에 없다”라면서 너무 앞서가지 말기를 당부했다.

노조에서는 실현불가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한배 위원장은 “방위산업체를 외국에 팔면 기술유출과 고용불안이 초래된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차원의 검증이 있어야 하는데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지난 2003년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한다는 계획이 나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에는 ‘대한항공이 인수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천의 항공산업 위축이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 KAI직원들은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강하게 반발했었다.

오히려 사회일각에서는 “달러 유동성을 높이고 정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알짜기업을 외국에 팔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로선 앞뒤가 바뀐 셈이다.

잊을 만하면 흘러나오는 KAI 해외매각설. 정부나 KAI의 주장대로 언론이 너무 앞서 가는 것인지 아니면 고도의 연막전술에 가려 실체를 볼 수 없는 것인지 현재로선 확인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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