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에 눈물 삼키다
상태바
'머피의 법칙'에 눈물 삼키다
  • 김윤경 시민기자
  • 승인 2012.05.11 11:0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맘대로 세계일주>3. 갑작스런 우박에 망친 친퀘테레 걷기

▲ 친퀘테레 다섯 마을 중 유일하게 항구가 있는 아담한 마을 '베르나차'.
이탈리아어로 5개의 땅을 지칭하는 친퀘테레.

하이킹 코스로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이미 이곳을 여행한 이들로부터 들었기에 이곳에 갈 날을 기대에 부풀어 기다리는데, 때마침 비가 유달리 자주 왔던 겨울의 이탈리아는 쉬 그 모습을 보여주기를 허락지 않았다.

피렌체와 비가와도 볼 수 있는 주변 도시들을 우선 여행하며 기다리던 차, 드디어 해가 뜨는 아침을 맞았다. 이를 놓칠세라 바로 관광 일정을 급변경하여 친퀘테레행 기차표를 구입했다.

터키에서 만나 두 달 동안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같이 여행했던 미애와 함께 기차에서 내내 그날의 하이킹 코스를 고민하다 아름다운 다섯 마을을 다 보고 싶다는 것에 의견 일치를 보고, 다섯 번째 마을인 몬테로소에서부터 첫 번째 마을인 리오마조레까지 역순으로 걷기로 했다.

▲ 친퀘테레 다섯번째 마을 몬테로소에서 트래킹을 시작하며 바라본 정경
당일 피렌체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터라 시간 안에 다 볼 수 있을까 살짝 염려스런 마음도 들었지만 일단 걸어 보고, 중간에 힘들면 기차도 타고, 친퀘테레 하이킹의 하이라이트인 두 번째 마을 마나롤라부터 리오마조레까지는 걷자고, 그래서 아름다운 기억으로 하루를 마무리하자며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가능한 많은 마을을 다 걷고자 하는 우리의 하이킹은 갑자기 쏟아지는 우박 때문에 결국 가장 멀고 번화한 마을인 몬테로소에서부터 로마시대부터 항구로 사용되던 네 번째 마을인 베르나차까지 약 2시간의 걷기로 끝났다. 나머지 구간은 결국 기차로…….

상자에서 가장 좋은 사과를 먼저 먹어야 한다는 말을 다시금 실감케 되는 순간이었다.
가장 걷고 싶었던 아름다운 하이킹코스를 창밖으로 볼 때는 선물 받은 사과상자에서 상할 것 같은 사과부터 먹다가 결국은 어느덧 상해 버린 가장 좋았던 사과를 먹게 되는 그런 심정이랄까…….

▲ 갑자기 쏟아진 우박 때문에 친퀘테레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인 마나롤라에서 리오마조레 사이 트레킹 코스를 걷지 못한 아쉬움을 간직한채 2번째 마을 마나롤라 역에서 열차를 타야했다.
하지만 그날의 머피의 법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피렌체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며, 나폴리로 가는 열차 시간표를 확인하고 있는데,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몸을 녹이던 미애가 열차 탈 시간이라며 왔다.

급히 시간을 확인하니 3분밖에 남지 않았다. 놀라서 열차로 뛰어가는 나에게 미애가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며 본인은 화장실 다녀와서 열차를 탈 테니 먼저 가서 탑승 확인 펀치부터 찍으란다.

▲ 주인을 잃어버린 기차표 한 장....
아무리 계산해도 화장실 갔다 오기는 촉박한 시간이었지만 출발시간을 인지하고 있으니 최대한 시간에 맞춰 오리란 기대를 하며 우리가 타야 할 열차 앞에서 미애를 기다렸다.

근데 열차는 출발신호를 울리는데 미애가 올 생각을 않는다. 초초함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계단 반대편 아래서 미애가 오는 게 보였다.

“빨리 타” 라고 소리를 지르고, 나도 급히 열차에 올랐다. 그리고 미애가 탔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 열차 칸으로 막 뛰어갔다.

근데 미애가 없었다.

놀라 통로로 가니 열차 문이 이미 닫혀 있고, 미애는 밖에 문을 두드리며 있었다. 당황해서 소리를 지르며 열차 문을 열려고 해도 열리지가 않았다.

그리고 유리 창문 사이로 서로를 황망하게 바라보고 있는 상태로 열차가 출발해 버렸다.
미애의 기차표는 나에게 있는데…….

▲ 절벽 위에서 좁은 골목길을 지나 항구에 도착했을때 낡아서 벗겨진 건물의 페인트칠조차 운치있게 보였던 아담한 마을 베르나차.
허탈한 맘에 지정석으로 가니 우리의 소동을 지켜보고 있던 수녀님이 무슨 일인지 물으셨다. 두 장의 기차표를 보여주며 자초지정을 설명하니 나보다 더 황당해 하시며 말씀하신다.

“그 기차표 주인은 어떡해요?”

일단 비상금과 숙소 위치를 알고 있으니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타지 못한 표를 환불할 수 있을지 역무원에게 물어봐 달라고 하니 친절히 도와 주셨다. 하지만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미 기차를 탄다는 의미인 펀치를 찍었기에 어쩔 수 없다는 역무원의 설명만 들었다.

트래킹과 갑자기 내린 비에 떨어 졸음이 밀려왔지만 당황해 하며 남겨진 미애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도하며, 홀로 남겨진 미애의 기차표만 어이없이 바라보다 피렌체로 돌아왔다.

결국 미애는 3시간 후에 본인도 너무 황당해 웃음만 나온다며 씩씩하게 웃으며 무사히 돌아왔다.

이 글은 김윤경 시민기자가 2010년 7월부터 2011년 7월까지 13개월간 세계 곳곳을 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한 여행기다. 그녀는 1997년 해군장교로 임관해 근무하다 2010년 11월에 소령으로 전역했으며, 지금은 보건교사로 일한다. 고향은 경남 진주다. -편집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블라인드
댓글을 블라인드처리 하시겠습니까?
블라인드 해제
댓글을 블라인드 해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모호한 아담 2012-05-15 17:58:06
맞아요 .."상자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를 먼저 먹어야겠죠"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