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생의 오솔길>영화 언터처블 리뷰

▲ 언터처블의 한 장면
누구든지, 사람을 대할 때 마음을 다한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마땅히 진심으로 대해야 하는 것임에도 우리는 그것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이유는 많겠지만, 진심으로 세상을 사는 일이 어려운 것은 각자의 이기심에서 시작되고, 그 이기심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거기에는 자신에 대한 보호본능이 숨어 있음을 본다.

이 영화 <언터처블>에 나오는 드리스(오마 사이 분)는 자신을 보호할 아무런 당위를 가지지 못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 즉, 스스로 삶이 형편없는 것임을 자각한 나머지 자신이 보호해야 할 가치를 가지지 못한 상황. 이 상황에서 오히려 진심으로 모든 것을 대하게 된다. 이것은 우리의 진심이라는 것이 선과 악의 문제 이전에 존재하는 '날것'으로서의 감정임을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이 위험할 수도 또는 매우 인간적일 수도 있다는 양면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부자, 그리고 무일푼

필립(프랑수아 클루제 분)은 1%의 부자지만 전신마비 환자다. 그것은 누군가의 조력 없이는 그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는 것인데, 실화를 소재로 했음에도 이 부분은 상상 이상으로 절묘한 대비를 가진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돈을 가진 사람이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는 가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 아무것도 없지만 몸은 건강한 드리스

반면, 드리스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데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비극적 대비야말로 이 영화가 만들어진 결정적 계기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두 사람은 만나고 서로의 진심을 느끼게 된다. 이를테면 부자와 무일푼의 어색한 동거에서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로 발전해 나간다.

프랑스 사회의 이민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민족 사회의 문제를 우리 사회도 이제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빈부의 문제로부터 취업, 청소년, 범죄 등의 문제는 다 민족 사회 또는 국가가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다. 영화에서는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지만 많은 이민자가 주인공 드리스와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이 문제가 결코 무시할 만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진심이 통하는 사회

드리스가 가지는 순수함이란 '날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그것에 필립은 진심을 느낀다. 이것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필립이 속한 사회, 부자들과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는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멋진 집, 자동차를 가지고 우아한 공연, 음식을 언제나 즐기지만, 거기에는 솔직함과 진실함 그리고 진심이 없다는 것이다. 드리스를 보라! 뮤지컬 의상을 보고 파안대소하고 클래식 연주를 지루해하며 '어스 윈드 앤 파이어' 음악에 신나게 춤추는 그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는 필립의 웃음은 진심을 보았을 때 그리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을 짓는다.

▲ 이제 너무나 소중한 두 사람

자본주의가 심화하고 언제부터인가 모든 것이 '돈'으로 평가되는 사회가 되면서 사람들은 마음의 평화와 그 평화로부터 비롯되는 진심을 잃어버렸다. 진심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사는 구성원들은 타인을 속이고 또 자신조차도 속이게 된다. 현대 사회의 모든 문제가 이것으로부터 시작되고 또 심화된다.

  진실 그리고 드라마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도 때로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고 드라마임에도 사실의 무게보다 못한 드라마가 있다. 이 영화는 아마도 그 중간 어디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듯 보인다. 사실의 무게와 드라마의 위트가 적절하게 섞이기는 했지만, 우리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마도 드리스의 진심과 필립의 진심이 통하는 장치 외에는 딱히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제재가 없지 않을까 싶다.

<김 선생의 오솔길>은 현현적적 시민기자가 클래식 평론, 영화 평론, 책 평론 등으로 세상읽기를 하는 공간입니다. 현현적적은 곤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김준식 교사의 필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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