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작과 끝을 동시에 알려주는 라일락꽃 이야기

▲ 활짝 핀 라일락꽃

늦은 봄에 피어서 봄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꽃이면서 젊음을 상징하는 꽃. 요즘 우리 주변에서 가장 사랑받는 꽃 중 하나로 라일락이 있습니다. 꽃말이 젊은 날의 추억이라고 합니다. 꽃말처럼 특히 젊은 연인들이 좋아하는 꽃입니다. 라일락꽃은 향기도 좋고, 꽃 모양도 예뻐서 특별히 사랑받는 꽃 중 하나가 된 듯 합니다. 라일락꽃을 첫사랑의 맛이 담겨있다고 하는데, 라일락 잎사귀를 입에 넣고 직접 깨물어 보면 왜 첫사랑의 맛이라고 하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향기는 참 좋은데, 잎을 깨물어보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척 쓴맛을 느낄 수 있는 꽃이 라일락이라서 첫 사랑의 쓴맛에 비유한 듯 합니다.

▲ 화단에 활짝 핀 라일락꽃

라일락꽃은 처음에 필 때 연보라색이었다가 조금씩 봉오리가 열리면서 옅은 라벤더색으로 변하고, 만개하면 강렬한 향기를 내면서 하얀색으로 옷을 갈아입게 됩니다. 이렇게 변하는 꽃 색깔이 마치 수줍은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재밌는 꽃이기도 합니다.

▲ 처음 필 땐 연보라색입니다.

라일락은 우리나라에서는 꽃봉오리 모양이 수수를 닮았다고 수수꽃다리로 부르는데, 영어로는 라일락, 프랑스 말로는 리라라고 부르고, 중국에서는 정향나무로 부릅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만년에 완성한 역작 '부활'에서는 주인공들 사이에 연모의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등장하기도 하고, 19세기 중반 이후에는 모네, 고흐, 샤갈 같은 거장들의 그림 속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꽃이 바로 라일락꽃입니다. 멕시코 가수가 부른 외국 노래를 번안해서 가수 현인이 부른 베사메무쵸나 남인수가 불렀던 '리라꽃 지는 밤' 이란 노래에도 라일락은 정열적인 이미지로 묘사됩니다.

▲ 활짝 핀 라일락꽃

우리나라 자생지는 주로 황해도 이북의 석회암 지대라고 하는데, 요즘에는 품종을 개량한 라일락이 많아서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아파트 앞 화단이나 개인 주택의 정원, 도심 공원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 되었습니다.

1947년 무렵에 미 군정청 소속 식물 채집가였던 미러란 사람이 북한산 기슭에서 자라던 작은 라일락 종자를 채취해서 미국으로 가져가게 되었고, 가져간 종자를 품종 개량해 만든 꽃을 미스 김 라일락이라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당시에 식물자료 정리를 도왔던 한국인 타이피스트 미스 김의 성을 따서 붙인 이름이 바로 미스 김 라일락이고, 그 후 20여년이 지난 1970년대 무렵에 우리나라에 역수입되는 약간 어처구니  없는 사연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 자세히 살펴보면 잎사귀는 하트 모양입니다.

점심시간이나 휴식 시간 그리고 주말에 나들이 가면서 우리 주변 어떤 곳에 라일락이 피어있는지 찾아보면서 첫 사랑 느낌 떠올려보면 좋겠습니다. 예쁜 꽃 감상하면서 하트 모양으로 된 잎사귀도 살짝 깨물어 보면 쓰디 쓴 첫사랑이 어떤 건지 몸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될 듯합니다.

강렬한 향기 가득한 라일락꽃, 쓰디 쓴 하트모양 잎사귀처럼, 사랑은 달콤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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