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찬반 단체 동석 여부 놓고 입장차..결국 충돌 끝에 회의 무산
개편위 "다양한 의견 함께 듣는게 목적" 사천시 "진주는 찬성만 듣더니.."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사천-진주 행정통합 의견수렴을 위해 사천을 방문했다. 사천지역내 통합 찬반 단체 동석여부를 두고 충돌이 벌어지면서 이날 간담회는 파행 끝에 무산됐다.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이하 개편위)가 전국 15개 지역을 돌며 시군구 통합 관련 의견수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24일 사천지역 의견수렴 간담회가 고성이 오가는 충돌 끝에 파행으로 끝났다. 

사천지역 통합찬반단체 동석 여부가 이날 충돌의 시발점이었다. 사천시와 통합반대추진위는 "진주는 찬성만 듣고, 사천은 찬성과 반대를 같은 자리서 들으려 하냐"고 비난을 쏟아낸 반면, 개편위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함께 듣는 게 원칙"이라고 맞섰다.  사천내 찬성단체는 "시가 왜 우리는 공식 초청하지 않냐"며 시를 비난하는 등 회의장에 고성이 오갔다.

사천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개편위 김휘동, 한표환 위원과 정영준 개편위 통합지원과장 등 관계공무원이 참석했다. 개편위는 당초 진주시 관계자들을 오후 4시에, 사천시 관계자들은 오후 5시에 각각 따로 불러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었다. 개편위는 의견청취에 대해 지역별로 구분했을 뿐, 지역내 찬반 입장을 듣는 순서를 세부적으로 구분하지는 않았다.  

40여 분간 찬성 입장을 전해 듣고 끝난 진주 측 간담회와 달리, 오후 5시18분께 시작된 사천지역 의견수렴 간담회에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날 사천시는 간담회장에 통합에 반대 입장을 가진 사천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사천-진주 통합반대추진위원회와, 시공무원 및 의회 관계자 등을 배석시켰다. 시는 사천지역내 찬성단체 측에 대해서는 공식 참석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곤양곤명서포축동 등 서부지역 인사들이 주축이 된  '사천-진주 행정구역 통합을 위한 추진위원회' 강춘성 위원장 등 통합찬성 인사들이 간담회장에 나타나자, 치열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박동선(사진 오른쪽) 사천-진주 통합반대추진위원장이 김휘동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 위원에게 항의하고 있는 장면.
사천-진주 통합반대추진위원회 박동선 위원장은 개편위를 향해 "이자리가 토론회가 아닌 마당에 찬성과 반대입장을 가진 이들이 한자리에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미 진주 측의 찬성의견을 들었으니, 다음은 사천의 반대의견을 듣는 것이 맞다"며 사천지역 찬성 추진위 퇴장을 요구했다.

강춘성 통합찬성 추진위원장은 "사천에 통합 반대의견만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는 배제시키느냐"며 "뒤늦게 언론보도를 보고 개편위에 연락해 간담회장을 찾아왔다. 우리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맞섰다.

개편위 측은 "통합과 관련해 지역 찬성·반대·중립 등 어떤 의견이라도 제재 없이 듣는 것이 원칙"이라며 퇴장 요구를 거절했다.

사천봉사단체협의회 김인 회장은 "개편위가 찬반 양론을 듣고자 했으면 사전에 시간을 조율해 따로 불러야지 통합 반대가 대부분인 사천시에서 찬성 측 사람들과 함께 간담회를 하자는 것은 싸움을 부추기는 꼴"이라며 "반대 의견을 청취할 생각은 있냐"고 개편위를 비난했다.

강춘성 통합찬성 추진위원장은 "우리는 사천에도 찬성입장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퇴장하려 했다. 오히려 험악한 분위기로 몰아간 것은 사천시와 반대추진위 측"이라며 "간담회자리에서 토론하는 것은 뭐가 나쁜가. 개편위의 원칙이 옳다. 잘못한 것은 사천시다"고 주장했다.

충돌은 사천지역 통합찬반단체 동석 여부가 시발점이었다. 사천시와 통합반대추진위는 "개편위가 갈등을 유도했다"고 비난을 쏟아낸 반면, 개편위는 "함께 의견 듣는 게 원칙"이라고 맞섰다. 찬성 추진위는 "시가 우리들을 배제하려 든다"며 시를 비난했다.
결국 개편위와 반대추진위, 찬성추진위와 반대추진위간에 고성이 오가면서 파행을 겪었다. 회의는 정상적으로 속개되지 않고, 통합반대측 인사들이 오후 5시59분께 일제히 퇴장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개편위가 통합 찬성 측 인사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다시 진행하자, 퇴장했던 반대측 인사들이 다시 찾아와 항의하면서 회의장내 소란은 커졌다.

격렬한 말싸움 끝에 저녁 6시12분께 개편위와 사천지역 인사들이 모두 퇴장했다. 이날 사천지역 간담회는 구체적인 의견을 듣기도 전에 끝난 셈.

개편위 김휘동 위원은 "우리는 누가 찬성하고, 반대하는지 잘 모르고 왔다. 오늘 이 자리는 진주와 사천 양 지역의 여론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찬성과 반대, 중립 의견을 가진 사람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자 마련했고, 사전에 지자체에 요구했다. 다만, 진주는 찬성측만 왔을 뿐"이라며 사천시에 책임을 돌렸다.

이를 두고, 사천시 총무과 관계자는 "진주는 찬성측 이야기만 듣고, 사천은 찬반을 같이 앉히는 것이 상식상 말이 되냐"며 "개편위가 진주측 찬성론자 이야기를 들을 때, 사천 측 찬성론자들을 같이 초청하든지 했어야 했다. (사천내 찬반론자를) 같이 모아두면 대화가 안 된다고 미리 개편위에 이야기했다. 찬성 추진위도 우리 시에서 공식적으로 부르지 않았지만 일정은 알려줬다. 개편위도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 방관했다"고 맞섰다.

소란 끝에 간담회가 파행으로 끝나자, 개편위는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개편위는 이번 간담회가 '여론 참고용'임을 강조하고, 조만간 여론조사로 실시해 사천-진주 행정통합안을 개편위 통합기본계획에 포함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개편위는 오는 6월 말까지 통합기본계획을 마련해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개편위의 비공개 회의 진행 원칙도 논란거리가 됐다. 사진은 개편위와 진주 관계자 회의 당시 굳게 닫힌 사천시청 중회의실 문.
이보다 앞서, 이날 개편위의 의견수렴 간담회 비공개 원칙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실상 지역내 찬반여론은 그동안 수차례 언론에 보도된 상황이어서, 사천과 진주 측 인사 모두 개편위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개편위는 오후 4시 진주지역 인사와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비공개 진행을 선언했다. 이에 진주포럼 김영기 대표 등 진주지역 참석자들은 "비공개로 할 필요가 없다"면서 공개를 제안했으나, 개편위 측은 "현지 간담회 전 이미 27명 개편위 전체 위원들의 논의 끝에 방침으로 정한 원칙"이라며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진주포럼 김영기 대표(사진 가장 왼쪽)와 김휘동 개편위 추진위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개편위 김휘동 위원은 “이 자리는 의견표출이 자유로워야 한다. 지역내에서 의견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언론사가) 입회하면 할 말도 못 할 수 있다. 언론사 측에서는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진주 측 인사들은 "그동안 우리는 진주-사천 통합에 긍정적인 측면들을 알려왔는데, 언론 기자들이 있다고 참석자들이 말하지 못할 이유나 제약 받는 부분이 뭐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사실 이날 '회의내용은 언론에 비공개', '지역내 찬반은 같은 자리서 듣는다' 등 개편위의 입장에 일부 융통성을 발휘했어도 파행으로 치닫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가 파행으로 끝난 만큼 추후 지역내 의견수렴 자리가 또 있느냐는 질문에, "사천-진주지역 간담회는 예정에 없다"며 여론조사 계획만 밝혔다. 이 때문에 통합 반대측에서는 "여론청취가 통합 강행을 위한 형식적인 수순이었다"며 개편위를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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