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낙동강 살리기’, ‘댐 수위 상승 반대’론 부족해

사천만을 살리기 위한 시민대책기구가 만들어 진다. 어떤 이름표가 진정 어울릴까?
정부의 ‘남강댐 용수공급 증대사업’에 사천 지역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천시와 시의회가 반대 건의문을 청와대와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에 전달했고, 강기갑 국회의원과 사회단체인 사천포럼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정책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또 남강댐 물의 사천만 방류로 피해를 입었다며 보상을 오랫동안 요구해 온 어민들도 탄원서를 돌리는 등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지난10일에는 시/도의원들과 수산/상공/문화/직능단체 대표들이 정부의 물 정책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뜻을 모으고 가칭 ‘남강댐 운영수위 상승 결사반대 사천시민대책위원회’(줄여서 시민대책위)를 결성하기로 했다.

정부의 계획대로 남강댐 운영 수위를 높여 부산으로 물을 가져가는 계획이 실현되면 남강댐을 이고 사는 사천과 사천시민들에게는 엄청난 피해가 뒤따를 것이다. 따라서 사천시와 시의회 그리고 상공인 문화인 할 것 없이 들고 일어나는 상황이 십분 이해된다.

댐 수위 상승 반대에 방점을 둔 사천시와 대책위 준비모임. 김수영 시장
그러나 기자의 눈으로 바라볼 때 몇 가지 염려스런 부분도 있다. 시민대책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이 너무 개입하는 듯한 인상도 지울 수 없거니와 준비과정이 께름칙해 보이는 대목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짚어볼 게 있겠지만 여기선 시민대책위의 이름에 관해서만 몇 가지 생각해보자.

이름은 그야말로 ‘스스로를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 전략이나 전술 상 굳이 속내를 숨겨야 한다면야 모를까, 자신의 뜻 그대로를 명쾌하게 표현해야 상대방에게 호소할 힘도 나오는 법이다.

그런데 지난 10일 준비모임에서 결정된 가칭 ‘남강댐 운영수위 상승 결사반대 사천시민대책위원회’라는 이름은 조금 아쉽다.

이름대로라면 정부가 추진하는 물 정책 가운데 ‘남강댐의 운영수위를 높이는 것을 목숨 걸고 반대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운영수위를 높이지만 않으면 어떻게 해도 괜찮다는 뜻인가? 아니면 그 때마다 다른 이름표로 바꿔 달고 ‘아무개 결사반대’ 할 것인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한탄할 노릇이겠지만 분명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대책위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카멜레온 능가하는 정부의 '임기응변'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10월27일 부산과 양산 등 수혜지역 지자체 실무자들을 모아 놓고 사업설명을 할 때, 그리고 12월22일 청와대에 업무보고를 할 때 밝힌 사업 명칭은 ‘부산경남권 식수대책’이었고, 이를 “부산광역상수도사업과 남강댐재개발사업을 병행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의 물 공급 방안은 ‘부산 100만톤/일, 양산 5만톤/일’이었다.

가칭 남강댐 운영수위 상승 결사반대 사천시민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을 맡은 박종순 씨
하지만 이 내용이 경남도민과 사천시민들에게 알려질 때는 ‘남강댐 용수공급 증대사업’이란 이름으로 바뀌었고, 용수공급 방안도 ‘부산 65만톤/일, 경남동부지역 42만톤’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홍수피해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자 국토해양부는 ‘남강댐 하류 홍수피해 해소 및 경남부산권 맑은물 공급사업’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여론 추이에 따라 이름을 맞춰가고 있는 것이다.

또 이런 말도 덧붙이고 있다. “지금까지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해봐야 안다. 경남지역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추진할 것이다.”

지난 번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정부의 ‘대운하 전략’과 흡사하다. ‘대운하가 아니라면 4대강 정비사업은 어떠냐’고 묻는 것이고, 국민들이 ‘그 정도라면...’하니까 현재 밀어붙이고 있는 것 아닌가.

당초의 대운하 계획 속에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계획이 들어 있었고, ‘남강물 부산 공급’뿐만 아니라 ‘밀양물 울산 공급’ ‘안동물 대구 공급’ 등이 현재진행형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합천물 부산 공급’이 합천군민의 반대로 무산된 것은 과거형이다.

낙동강 살려야 사천만 지킨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해 대구와 경북지역에 새로운 공단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4대강 정비사업은 대운하가 아니라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큰소리치는 이 정부에게 진정 낙동강을 살릴 생각이 있는 것인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종합해보면, 10년 전 대구경북지역에 위천공단을 세우고, 대신 부산시민들에게는 남강물을 먹이겠다는 생각으로 부산광역상수원계획과 지리산댐건설을 동시에 진행하던 것과 똑 같은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당시 서부경남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중앙언론에서는 이 문제를 지역간의 갈등으로 몰아갔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위천공단을 바라는 대구경북의 바람이 부산경남과 부딪혔고, 여기에 남강물공급이란 사탕에 부산과 동부경남이 넘어가면서 동부권과 서부권이 갈등하는 것처럼 비쳐지기도 했다.

충분한 상황인식 아래 분명한 색깔의 이름을 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렇게 몰아가려는 일부 세력들의 속임수였다. 현명하게도 서부경남 주민들은 단지 ‘내 물 빼앗길 수 없다’거나 ‘재산피해가 엄청나다’는 식으로만 주장하지 않았다.

“오늘의 물 문제는 수량보다는 수질에 더 큰 문제가 있다”면서 “낙동강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목소리는 부산과 대구지역 시민사회에서도 함께 내 줬고 결국 그 뜻이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빈약한 정부 논리, 사천시민이 이긴다

남강댐 운영수위가 올라가고 그로 인해 사천만 방류량이 늘고 홍수위험이 커지는 데는 ‘앞으로 이 나라가 물 관리를 어떻게 하려는 것인가’가 중요하게 맞닿아 있다.

그리고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에 불과하다고 하면서도 사천과 경남도민의 여론에 따라 대응논리를 신속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심지어 “함양에 댐을 만들고, 진양호를 준설해서 운영수위를 올리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따라서 이번 남강댐을 둘러싼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을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와 별개로, 어민들의 주장처럼 기존의 사천만 피해에 관한 보상도 꼭 요구해야 할 것이다.

어민과 농민과 상공인과 시민들이 한 마음으로 뭉친다면 이 싸움은 이길 수밖에 없다. 정부의 논리가 너무나 빈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범위한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책기구에 좀 더 분명한 입장을 담은 이름표를 붙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지역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경남과 부산 대구경북지역 단체들과도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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