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유권자 ‘열에 한 명’ 부재자 신청, 열정 아니면 꿍꿍이?

제19대 국회의원선거 부재자투표가 5일 시작된다. 이에 따라 총선 출마자들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사천남해하동선거구 중 특정지역이 부재자투표 신청 비율이 월등히 높아 그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곳 선거구는 사천시, 남해군, 하동군 세 지자체가 모여 있어서 표심도 지역에 따라 크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남해하동선거구가 사천선거구와 통합되면서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공천을 둘러싼 지역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2일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인명부를 확정한 자료에 따르면 부재자신고인 수가 지자체별로 큰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다.

▲ 부재자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천남해하동선거구에서도 지자체별 부재자투표인 수가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하동군은 열에 한 명 꼴로 부재자투표를 신청한 상황이어서 그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커진다.
세 지자체 중 부재자신고인 수가 가장 많은 곳은 하동군이다. 선거인 수 4만6073명 가운데 4154명이 부재자신고를 해 그 비율이 9.0%에 이른다. 사천시 2.7%(선거인 수 9만1059명, 부재자 2436명), 남해군 3.6%(선거인 수 4만3114명)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나아가 부재자비율 9.0%는 10명 중 1명 가까이 부재자투표를 신청했다는 것으로, 이는 경상남도는 물론 전국의 어떤 지자체보다도 높은 수치다.

지난 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부재자비율이 전국 평균 2.2%, 경상남도 평균 2.7%였던 점에 비춰 봐도 하동군의 부재자비율은 비교대상이 없을 정도로 높다. 당시 하동군의 부재자비율은 지금보다 더 높은 9.3%로, 역시 전국 지자체 중 최고였다.

일반적으로 부재자비율이 높다는 것은 투표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하동군의 부재자비율 ‘으뜸’을 바라보는 눈길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린다. 하나는 하동군 유권자들의 독특한 ‘선거 열정’이란 해석이고, 나머지 하나는 ‘불순한 의도’란 의심이다.

▲ 지난 18대 국회의원선거 개표 결과. 하동과 남해의 표심이 극명하게 갈렸음을 알 수 있다.
하동군의 높은 부재자비율을 좋게 해석하는 근거는 18대 선거에서 기인한다. 당시 여상규 후보와 김두관 후보가 각각 하동과 남해를 지역배경으로 출마했고, 선거구도 역시 지역대결 양상으로 짜였다.

투표 결과 여상규 후보는 하동에서 82.14%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했고, 김두관 후보는 남해에서 67.73%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낙선했다. 두 지역의 유권자 수가 엇비슷한 점에 비춰보면 하동군 유권자의 지역투표가 힘을 더 발휘했음이다.

하동군 유권자가 이처럼 똘똘 뭉칠 수 있었던 것은 후보자의 경쟁력뿐 아니라, 18대 총선 이전까지 남해 출신인 박희태 의원(새누리당)이 13대 때부터 5선을 연임함으로써 ‘20년 이상 하동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는 열등감의 발로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그 결과 17대 총선에서 3.5%에 그쳤던 부재자비율이 18대에서 9.3%로 급증했고, 19대 총선에까지 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하동군의 높은 부재자비율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하동군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높이 사더라도 타 지자체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부재자비율을 좋게만 풀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지자체별 부재자비율이 두 번째로 높았던 곳은 경북 울릉군으로 7.0%, 그리고 세 번째가 4.8%인 충남 계룡시와 전남 무안군이다. 그밖에는 대체로 1~3%대였다. 두 개 이상의 지자체가 하나의 선거구로 묶여 이른 바 ‘소지역주의 대결’을 펼치는 곳이 상당수인 점을 감안하면, 하동군 사례는 그 밖의 다른 ‘무엇’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 하동군의 지난 10년간 인구추이를 나타낸 그래프. 국회의원선거 직전에 인구가 크게 증가함을 알 수 있다.
그게 뭘까. 단언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사례에서 유추해 보는 것은 가능하다.

먼저 총선 때마다 급증하는 하동군 인구를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10여 년의 하동군 인구추이를 보면, 대체로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국회의원선거가 있는 1년 전 인구가 2000명 정도 증가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2003년, 2007년, 2011년의 인구가 그 앞뒤 해에 비해 인구가 훨씬 많다.

이는 선거구획정의 기준이 되는 시점에 인구하한선에 걸려 ‘선거구가 통폐합되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지자체의 자구책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하동군과 남해군은 총선을 앞두고 인구유입책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거주지를 실제로 옮겨오기보다 주소만 옮겨두고 평소 사는 곳에서 계속 생활하기에, 선거구획정 문제가 끝나면 주소를 원래대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이번 선거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하동군의 2011년말 인구는 5만4332명이었지만 불과 2개월 만인 올해 2월에는 5만2722명으로 줄었다.

▲ 지난 몇 차례 선거에서 나타난 부재자투표 신청 현황. 사천시와 남해군에 비해 하동군이 월등히 많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난 18대 총선과 이번 19대 총선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문제는 이들 중 일부는 4.11총선에서 끝까지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부재자투표에 참여할 개연성이 있다. 참고로 2010년의 하동군 인구는 5만1859명이었다.

실제로 하동군 옥종면의 한 세대에서는 유권자 9명 중 6명이 인근 진주시에서, 나머지 1명은 창원시에서 부재자투표를 하겠노라고 신청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더 있음이다.

한편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소만 두고 있는 이른 바 ‘위장전입’ 논란으로부터 새누리당 여상규 후보와 그 친인척 또한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여 후보가 주소를 두고 있는 곳은 자신의 고향인 하동군 악양면 정서리. 여 후보의 친형이 사는 곳으로, 옛 초가지붕을 슬레이트지붕으로 개조한 평범한 농촌 시골집이다.

▲ 여상규 후보의 큰형 집으로, 여 후보가 주소를 두고 있는 곳이다. 선거인명부에 따르면, 이 집에 5세대, 12명의 유권자가 살고 있다.
선거인명부에 따르면, 이곳에는 여 후보와 그의 형님 내외를 비롯, 5세대 12명의 선거인이 함께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3일 해당 주소지를 찾아 마을주민 등에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평소 거주하는 사람은 여 후보의 형 내외 두 사람뿐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여 후보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형님 내외가 주로 살고, 형님이 큰형님이기 때문에 많이들 오곤 한다”라면서도, "그 집에 누가 살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확인 결과, 여 후보의 주소지에는 큰형을 비롯해 다른 형제와 친인척들이 함께 주소를 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 후보는 정확히 누구와 사는지 잘 모른다고 답한 셈이다.

▲ 제19대 국회의원선거 사천남해하동선거구의 부재자투표 신청 현황. 선거관리위원회 제공.
부재자투표 신청인 가운데 거소투표자가 유독 많은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하동군 부재자투표 신청인 4153명 가운데 거동이 불편해 거소투표를 신청한 선거인은 1137명이다. 하동보다 선거인수가 2배나 많은 사천시의 경우 540명에 불과한 점에 비춰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다.

부재자투표의 한 방법인 거소투표는 투표용지를 우편으로 받아 가정에서 기표한 뒤 돌려보내는 것이어서 이 과정에 대리투표가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선관위는 이 거소투표자 관리에 신경을 더 쓰기 마련이다.

하동군선관위는 거소투표 신청인이 지나치게 많다고 판단하고 최근 조사를 벌인 바 있다. 하동선관위 이광조 관리계장은 3일 “병원과 요양시설 등에 있는 사람을 뺀 나머지 신청인을 전수조사 한 결과 거동에 큰 무리가 없는 70명을 거소투표자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하동군선관위는 부재자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점을 의식하면서도 “이밖에 특별한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통상 위장전입 의심 범위가 선거인명부 작성 기준일(3월23일)의 180일 전 안쪽에 주소를 옮긴 경우인데, 하동의 경우 대부분 그 이전에 주소를 옮겼고, 나아가 아직 투표를 목적으로 위장전입 했다고 볼 만한 원인행위가 없다"는 것이 선관위 설명이다.

지난 18대에 이어 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도 부재자비율 1위라는 독특한 기록을 달성한 하동군. 물론 정치참여의식이 그만큼 높음을 방증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앞선 몇몇 사례로 볼 때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