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 행복..활짝 핀 봄꽃처럼 더불어 사는 세상 꿈꾸며

금요일 퇴근을 하니 아내가 내일 제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교육을 시키더군요. 

교육이라는 게 대개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입장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피교육자로서 아내의 교육을 대충 건성으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 보냈습니다. 하지만 교육자인 아내는 이런 제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제 토요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또 다시 반복 교육을 시키더군요. 그제서야 대충 하루 일정이 머리 속에 그려져 교육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다음이 이날 제가 해야할 일정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아내가 학원으로 출근한 후, 학원 옆에 세워둔 아내의 소형 승용차를 타고 타이어 및 엔진오일을 교체한 후 다시 학원 옆에 세워두기.

둘째,  제 차를 타고 가까운 처이모님 댁의 딸기 하우스에 가서 주문받은 딸기를 싣고 와서 일부는 강기갑의원 선거사무소에 배달하고 나머지는 제 차에 잘 보관하고 있을 것.

셋째, 12시 정각에 다시 학원으로 와서 학원 아이들을 태우고 각각의 집으로 데려다 주기.

넷째, 오후 2시 정장 차림으로 강기갑 의원님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함께 참석하기.

다섯째,  다시 아내와 함께 재래시장에 가서 장모님 옷 사기.

여섯째, 아내와 같이 처가댁에 다녀오기.

여기까지가 아내가 요구한 제 하루일정이었고 이후에 제 개인 일정이 6시 풍물패 회원들과 저녁식사 및 청소년 풍물패 졸업생 모임 참석하기였습니다.

어제 하루를 되돌아 보니 대충 아내의 요구대로 일정이 수행된 것 같습니다.

먼저 아내 승용차 타이어 교체는 딱 맞는 타이어가 없어 시간이 늦어졌습니다. 카센타에서 기다리다 결국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아내 학원으로 와서 다시 제 차로 근처 용현면의 처이모님 댁의 딸기 하우스에 가서 딸기를 제 차에 실었습니다.

▲ 딸기 비닐하우스에서 막 수확한 딸기. 하우스 안에 보이는 흰 박스는 딸기 수정을 맡은 양봉집이다.

▲ 탐스러운 딸기

길게 늘어선 비닐 하우스 안에서는 이모부님께서 연신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 열심히 딸기를 돌보고 계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내가 주문한 갯수보다 더 넉넉하게 준비해 두셨더군요. 제 차 뒤에 주문 받은 딸기를 가득 싣고 강기갑의원님 선거사무실에 딸기를 배달하고 바로 학원으로 아이들을 태우러 갔습니다. 차에 탄 아이들에게 딸기 한 '다라이' 포장을 뜯어 먹인 후 아이들을 각각 집으로 태워 주고 시간이 남아 바로 아내와 함께 재래시장으로 갔습니다.

장모님께서 팔에 깁스를 한 상태라 편하게 옷을 갈아 입을 수 있는 활동복을 사기 위해 재래시장에서 이리 저리 다니면서 겨우 적당한 옷을 구입했습니다.

3월말이지만 바람이 거세가 불어 시장을 이리 저리 구경하고 다니다 보니 어묵 장사가 제일 인기가 좋더군요. 아내가 장모님 옷을 고를 동안 저는 어묵가게에서 맛나게 어묵을 먹고 따끈따끈한 국물까지 두 잔 마시고 나니 점심이 해결되었습니다.

▲ 시장에 나온 봄 꽃

▲ 문전성시(?) 어묵가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근처의 세무소 마당에 목련이 막 봉우리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가까이서 제일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곳입니다. 차를 아파트에 세워두고 혼자서 걸어나와 세무소로 들어갔습니다. 세무소는 몇 달 전 시청 근처로 이전을 했기 때문에 마당에는 잡풀이 자라고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온갖 봄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 개나리도 수줍게 막피어나고 있습니다.

▲ 지난 가을 말라버린 풀잎 사이로 파릇파릇한 새풀이 올라오는 틈새에 노란 민들레가 활짝 피었습니다.

▲ 매화꽃은 한창 절정입니다.

▲ 매화

▲ 큰 개불알꽃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창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내가 전화를 했습니다. 집으로 가서 옷을 갈아 입고 아내와 함께 강기갑의원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하였습니다. 다들 안면이 있는 분들이었지만 이번에 선거구가 남해하동까지 합쳐져서 제법 낯선 분들께서도 많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 강기갑 의원님

행사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는 농협에서  며칠전 입금된 제 월급통장에서 현금을 인출하여 저에게 주면서 오랜만에 아들이 직접 어머니께 드리고 오라고 하더군요. 어머니 댁에 들러 어머니 월급(?)을 드리자 어머니께서는 아마도 오늘 내일 월급날을 기다리고 계셨던 듯 냉장고에서 미리 준비한 쑥과 쑥국에 잘 어울리는 생선을 내 놓으십니다. " 도다리는 너무 비싸서 사지 못하고 쑴벵이를 샀다. 쑴뱅이도 쑥국에 넣어 끓이면 맛이 좋다"라고 하시더군요.

오늘 마지막 임무 수행을 위해 아내와 함께 처갓집에 갔습니다. 장모님께서는 주로 마을 경로당에 계시기 때문에 먼저 마을 경로당에 들렀습니다. 아내가 확인을 하더니 딸기를 꼭 저보고 직접 들고 뒤따라 오게합니다.

아내의 속셈이 훤하게 보여 차안의 딸기를 한 손에 한 개씩 들고 경로당 방으로 들어섰습니다. 장모님과 마을 할머니들께서 아랫목에 눕거나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저를 알아 보시는 할머니들께서 "아이고 김서방이 딸기까지 들고 왔네"라고 반깁니다. 이게 바로 아내가 바라는 시나리오이지요. 자신 보다는 송골댁(장모님) 김 서방을 띄울려는 속셈입니다.

경로당을 나와 다시 처가댁으로 들어가서 큰처남 내외께 인사를 하자 마자 아내는 곧바로 텃밭으로 향합니다. 저는 처가댁 마당에 핀 봄꽃을 열심히 사진에 담습니다.

▲ 처가집 마당에 핀 동백

▲ 매화. 제법 큰 매화나무가 있었는데 그늘이 진다고 아쉽게도 큰 가지 서너개를 잘라버렸네요.

결혼한 여자는 모두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저를 데리고 외가댁으로 가실 때 빈손으로 가시지는 않으셨지만 돌아 오실 때에도 역시 빈손은 아니었습니다. 이것 저것 반찬거리나 필요한 농산물을 양손 가득 들고 오셨습니다.  장모님께서 애써 가꾸신 텃밭에서 처음에는 시금치 조금 캐서 갈 거라던 아내는 장화까지 갈아신고 쭉쭉 자란 파까지 한 무더기 뽑아 비닐봉지에 담습니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아내는 처가댁 가까이 계시는 처고모님 댁에 인사를 드리고 오자고 합니다. 오랜만에 들렸는데 고모님께서는 연세에 비해 아직 정정하게 잘 계셨습니다. 역시 어른들께 문안 인사 드리는 일이 참 소중한 일이고, 제가 품을 파는 것보다 반기는 고모님의 즐거움이 훨씬 더 큰 것 같습니다. '참 인사 드리러 오기를 잘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까지가 아내가 요구한 저의 하루 일정이었고 두번에 걸쳐 교육을 철처히 받은 덕분에 불성실한 피교육자가 다행히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제 개인 일정으로 풍물패 회원을 만나 저녁 식사와 술을 나누고 오랜만에 회원들끼리 2차로 노래방까지 가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일요일 오전 아내는 어머니께서 주신 쑥과 생선으로 맛나게 쑥국을 끓였습니다. 넉넉하게 부어진 쑥국을 정말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여기는 이제 봄날입니다. 어제, 오늘은 제법 쌀쌀한 바람이 세게 불었지만 오는 봄을 막지는 못하지요.  어제 세무서에서 만났던 봄꽃들이 오늘 오후에는 좀더 화사하게 필 것 같습니다. 그 봄꽃 처럼 제 가족도,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하는 세상도 활짝 피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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