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던 숲에 난리가 났다.
예초기의 굉음에 새도 놀라고 풀벌레도 놀랐다.
잡초란 멍에를 쓰고 난도질당하는 풀 신세가 딱하지만
졸지에 ‘공공의적’으로 몰린 뱀과 벌의 신세도 나을 게 없어 보인다.
결국
죽은 자를 위해, 쓰러지는 생명이 여럿이다.

그리하여
다시 침묵의 시간이다.
볼록한 흙무덤의 자태는 살아났고 풀냄새는 더욱 짙어졌다.
이것이 벌초다.

지난 주말, 남해고속도로가 유난히 막혔다. 벌초의 계절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주말엔 벌초인파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기자가 아버지와 함께 벌초하는 모습이다. ‘아버지는 낫으로, 나는 기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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