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여름 더위가 꺾이고 모기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났습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8월의 막바지에 먼 이국 베이징에서 찾아온 시원한 금빛 소식들이 어쩌면 물러나는 더위를 더 빨리 재촉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올림픽은 화려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잠시 답답한 가슴을 쉬게 했던 잔치는 끝나고 늘 그렇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사천의 정론지로서 이제 막 걸음을 떼는 뉴스사천에 ‘생활과 경제’ 라는 다소 막연한 코너를 맡은 저로서도 마음이 무겁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느끼듯이 지금의 경제 환경은 중소자영업자를 비롯한 지역의 직장인들에게는 피부로 직감할 수 있는 불황이고 더 안타까운 것은 이 불황의 끝을 짐작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직업상 경제지표들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저로서는 마땅히 희망을 발견할 수 없는 지금의 서민경제 상황이 시중 표현을 빌리자면 대략난감 할 따름입니다.


알면 위기는 기회가 된다!

저는 공포영화를 즐겨보지 않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그것이 주는 카다르시스가 적지 않겠지만 공포는 필연적으로 잔혹성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제 소심한 취향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이미 공포를 예상하고 영화적 장치들을 통해 깜짝깜짝 놀랄만한 일들이 벌어지리라는 것을 인정하고 보면 공포영화가 그 의도와 달리 코미디처럼 되는 일들이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공포영화의 대부분은 관객들을 불안과 공포로 몰고 가는 불한당의 정체를 서서히 들어냅니다. 그것이 괴물이거나 원한을 품은 귀신이거나 혹은 인면수심의 인간이거나......  그 정체가 빨리 들어나면 들어날 수록 그 영화는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에게 <새>라는 영화로 유명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맥거핀(Macguffin)효과로 교묘히 관객들의 시선을 조정하며 극도의 심리적 공포심을 자극했습니다. 말하자면 결과와 전혀 관련 없는 소재들을 마치 그것이 큰 실마리인양 관객들을 집중하게 하고 엉뚱한 곳에서 사건이 터지는 방식입니다.

공포영화에서 그 방식은 날로 진화되고 있습니다. 똑똑한 관객들이 쉽게 추리할 수 있는 공포는 더 이상 공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생활과 경제를 다루면서 뜬금없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한 느낌입니다만 많은 전문가들이 앞 다퉈 말하는 경제위기, 혹은 자극적인 경제관련 기사들을 보면 저는 가끔 한편의 공포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이미 우리들은 그 영화 속에 원하든 원치 않던 주인공이 되어 있습니다.

2007년에만 15만여 명이 개인파산이라는 경제적 사망을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2008년은 7월까지만 벌써 7만여 명이 넘는 개인파산자들이 발생했고 그 수는 점점 늘어날 조짐입니다. 그 와중에도 양극화의 속도는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계속되는 정부 정책당국자들의 대책이라는 것은 맥거핀 효과처럼 헛다리만 짚거나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 유가상승과 자산가치의 지속적인 하락. 양극화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조기퇴직과 노후에 대한 불안감. 잇따른 민영화 조치에 따라 예상되는 서민가계부담의 증가와 기초보장에 대한 불신, 예상보다 더 무능력한 정부,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든 불한당들이 언제 어디서 서민가계를 덮칠지 우리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포영화에서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필사적인 사투 끝에 살아남습니다. 강한 자는 그 오만함이 그를 더 큰 위기로 몰아넣고,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위기를 자초합니다. 살아남는 우리의 주인공들은 용기 있고 늘 지혜롭습니다. 그리고 그 위기를 극복하는 단서는 종종 아주 쉬운 곳에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불황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고 그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불황이라는 실체적 공포를 냉정하게 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저는 이번 연재를 통해 서민가계의 재무적 환경을 개선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그러기 위해 가정경제의 재무적 요소와 비재무적 요소를 포함한 다양한 컨설팅이 제안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반론과 논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각각의 가정에 맞게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 입니다. 쉽게는 가계부를 쓰는 것에서부터 투자에 이르기까지 불황을 이기는 많은 분들의 다채로운 의견들이 제안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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