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한 눈동자 떠올리면 가슴 먹먹” “하늘도 슬퍼서 눈을 보내”

▲ 선진초교 마지막 졸업식이 2월 13일 교내 '벚꽃마루' 도서관에서 열렸다. 사진은 모든 학생이 함께 작별의노래를 부르는 모습.
와룡산 줄기줄기 감고 돌아서 산수의 맑은 정기 여기 모였네~
아버지 어머니가 힘을 모아서 이룩한 우리들의 선진학교라...

교가제창을 끝으로 사천 선진초등학교 64회 졸업식이 끝났다. 오는 2월말로 용현초등학교에 통폐합 되는 선진초교로선 이 졸업식이 사실상 마지막 졸업식이다.

졸업식 내내 침울했던 분위기가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조금은 가셨지만 교사나 학부모, 동창회원들의 어두운 표정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이날 눈물까지 흘리며 마지막 졸업식을 가장 슬퍼한 이는 심경년 교장이었다. 모친상(喪) 중에도 졸업식에 참석한 심 교장은 자신이 교장으로 지내는 동안 학교가 문을 닫게 됐음을 안타까워했다.

▲ 박연진 총동창회장이 졸업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제가 교장으로 지내는 동안 학교가 없어진다는 생각에 여러분에게 죄스럽고, 우리 학교에게 미안하고, 동창회원들에게도 싸우지도 않고 적에게 쉽게 성을 넘겨주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특히 여러분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심 교장은 졸업생들에게 “여러분이 훌륭하게 자라면 선진초교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이번 졸업식에는 특별히 신현권 사천교육장도 참석했다. 선진초교는 신 교육장의 모교인 셈. 그는 “학교가 문을 닫는 것에 하늘도 슬퍼서 눈을 내려 보내는 것 같다”며 심경을 고백했다. 그는 “안타까운 졸업식을 갖게 된 점 미안하다”며 참석자들에게 거듭 사과했다.

돌이켜보면, 선진초교의 폐교 결정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뤄졌다. 지난해 3월 새 학년을 시작할 당시 23명에 이르렀던 학생수가 2학기인 9월에 접어들자 15명으로 급감했던 것. 더 큰 학교에서 자녀를 가르치고 싶은 일부 부모들의 마음이 작용한 결과였다. 그러자 그동안 폐교에 부정적이던 다른 학부모들까지 폐교를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선진초교는 66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 이날 회고사를 하던 중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훔쳤던 심경년 교장(왼쪽 위)과 모교를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한 사천교육청 신현권 교육장(오른쪽 위). 그리고 선진초교 졸업생인 사천시청 강의태 총무국장(아래 왼쪽)과 박연진 총동창회장이 교가를 함께 부르는 모습.
사실 선진초교는 지난해 여섯 개 학년을 통틀어 3학급뿐이었다. 1학년과 4학년, 2학년과 5학년, 3학년과 6학년이 같은 반에서 공부했던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부모들은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불평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어떤 교육이 정말 좋은 교육일까? 졸업식 말미에 상영된 짧은 영상기록물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기에 충분했다. 선진초교 학생들의 지난 1년의 흔적이 담긴 동영상에는 누구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학생이 너무 적기에 가능한 일로 보였다.

선진초교는 이날 김지은, 이상빈, 이재민, 최지영 이상 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로써 1946년 5월 1일에 처음 문을 연 선진초교는 모두 3492명의 졸업생을 길러내고 오는 29일 문을 닫는다.

사천교육청은 선진초교 자리에 장애아동과 다문화아동 등이 이용할 수 있는 유치원 설립 방안과 유치원생들을 위한 자연생태현장학습센터 건립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 선진초교 마지막 졸업생들. 왼쪽부터 최지영, 이재민, 김지은, 이상빈.

▲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졸업 축하 연주를 하는 모습.

▲ 지난 1년간의 교육활동을 담은 영상기록물이 상영되고 있다. 선진초교 학생 모두가 주인공이다.

▲ 선진초교 교정. 66년의 역사를 이어온 선진초교는 이제 문을 닫는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듣고 자랐을 나무들만 남아 아이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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