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흑룡의 해에는 더욱 새롭고 다양하게 싸울 것입니다

  벗님들이여! 변화는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준비하는 것입니다.

 2012년입니다. 그 새 해가 또 바뀌었군요. '뉴스사천'에 한미FTA 폐기와 관련된 글을 연재하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또 실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돕니다. 상황이 자꾸 변하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군요. 그래서 이렇게 편지라는 형식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설 명절을 넘기지 않아 참으로 다행입니다. 저는 음력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천명의 나이 오십을 목전에 두었지만, 시를 쓰는 재미로 세상을 사는 사람이라 (물론, 저는 시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답니다. 더 이상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가장은 되기 싫으니까요.^^) 긴 문장이 익숙하지 않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한미FTA에 집중하면 할수록 이 놈의 괴물이 자꾸 모습을 바꾸는 바람에 고생을 좀 했답니다. 그렇습니다. ‘한ㅡ미 자유무역협정’은 시시각각 움직이고 변화하는 생물입니다. 알면 알수록 자꾸 자라고 커집니다. 움직이는 공간도 넓어지고요. 미국의 기업과 금융자본, 투자자에게 유리하도록 우리의 법과 제도를 일거에 바꿔버리는 괴물입니다.

 아무리 괴물이라도 잡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서명을 하고 25개 이행법안이 통과되었으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처분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미국이 아직 준비가 덜되었습니다. 미국이라고 해서 우리의 총선과 대선을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미국은 발효가 된 이후의 실익도 분명히 따지는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작년에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앞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사회의 실상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전국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는가? 탐욕과 무지에 가득찬 저 어리석은 자본과 권력은 우리에게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가?  하도 궁금해서 그 뿌리를 캐고 들어갔습니다. 껍데기를 벗기니 한미FTA가 나왔고 조금 더 파고 들어가니 1997년 겨울의 IMF 외환위기 사태가 나오더군요. 아이엠에프 체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제 개인의 인생도 그 때부터 잘못된 길로 빠졌다는 사실도 깨달았지요. 지금이라도 잘못 굴러가고 있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멈추게 하지 않으면, 그 이후, 끝도 없이 이어졌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질 죽음의 행진을 보았습니다. '한미FTA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세상을 알 수 없다.' '한국에 살면서도 한국을 모르는 것이다.' 모르는데, 느끼지 못하는데 변화란 없습니다. 우리사회의 토대, 뿌리의 변화를 제대로 모르는데 어떻게 변화를 알겠습니까? 어떻게 대처할 수 있겠습니까?

  며칠 전에도 한 가정의 가장이 그 때, 구조조정을 당해서 전국을 떠돌며 살아보려고 애쓰다가 결국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를 보았지요. "세상에 그냥 지나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는 말이 다시 떠올랐고, 이 진실은 개인이든 크고 작은 공동체이든 한국사회이든 어김이 없다는 냉혹한 역사의 진실을 새롭게 깨닫게 하였습니다. 모든 것이 '현재진행형'이었고 썩어가고 말라비틀어지고 있는 우리네 삶의 토대인 한국경제의 뿌리를 보았습니다. 시장은 시장 바깥이 튼튼해야 유지가 가능합니다. 물건 만들어 보았자 살 사람이 없으면 장사는 망합니다. 밖(해외)의 시장도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미FTA를 반대하는 이유는 역설적이지만 대한민국이 수출과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 오늘의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을 급속도로 이루어낸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경제, 외교통상 관료들도 몰랐습니다. 새끼 괴물 한 마리가 마치 ‘트로이 목마’처럼 외환위기를 틈타 열려진 대한민국의 문을 통해 들어왔다는 것을. 국민들은 국가부도사태가 일어났다고 금모으기 운동에 정신이 없었지요. 대한민국의 주권을 통째로 삼킬 이 괴물은 노무현 참여정부에서도 계속 몸뚱아리를 키우다가 마침내 정체를 드러내게 됩니다.

 1997년 12월3일 미셀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와 임창열 경제부총리는 '차관 제공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형식은 우리 정부의 요청에 따라 체결된 각서였으나, 내용은 채권자(세계은행)인 외국 금융자본의 주문으로 채워졌다. (외국인 주식투자한도(금융자유화) 확대, 적대적 기업인수합병 법제화, 노동시장 유연화(정리해고와 비정규직 확대) 대책 마련 등)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03년 2월 미국의 신용 평가회사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리겠다는 통보를 해옵니다. 주식 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고 원-달러 환율도 1200원을 넘어 치솟기 시작합니다. 불안감을 느낀 노무현 정부는 당시 재경부 국장, 국방부 정책실장 그리고 반기문 청와대 외교안보보좌관 등을 무디스 본사로 급파해 대미 정책의 변화를 약속하며 두 달 뒤로 예정된 노 전 대통령의 방미 때까지 시간을 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라크 파병을 선언합니다. 노무현 정부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미 기간 동안 존 루더펄드 무디스 사장 등과의 간담회에서 "시장개방, 규제 완화, 민영화, 노동 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을 병행 추진해 나가겠다."며 국가경제 운용의 4대 원칙을 제시합니다. 이는 노무현 정부가 두 달 전 신용등급 유지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약속을 지킨 것이자 출범 석 달 만에 스스로 월가를 찾아 신자유주의(자유무역, 경쟁지상주의) 정책 기조를 천명한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의 운명을 바꾼 한편의 보고서, 그리고 새사연의 꿈"(2009년 6월 16일))

 한미FTA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약값 적정화 방안’과 ‘자동차 수입 환경기준 강화안의 보류’ ‘국산영화 의무상영제(스크린 쿼트)축소’ ‘미국산 수입 재개’ 등을 미국이 내세우자 우리 정부가 이를 굴욕적으로 받아들였다.<한겨레신문 2006년 3월6일 보도)

  2012년 총선과 대선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한미FTA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회를 바꾼다고 대통령을 갈아치운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력을 바꿔서 세워놓아 보았자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와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역량이 없다면 '그 밥에 그 나물인 밥상'이 됩니다. 한국사회의 경제적 토대를 바로 세우는 준비가 튼튼하지 못하면 똑같은 실패와 좌절을 반복할 뿐인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2012년 한국사회의 화두인 ‘경제민주화’입니다. '2013년 체제'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1월15일, 새로 만든 '민주통합당'의 새로운 지도부와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있었습니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국회에서 한미FTA 비준안이 날치기로 통과될 때 그들의 대다수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고 무기력했습니다. 옛날에 100년 정당 어쩌고저쩌고 하다가 금방 꼬리를 내린 '열린우리당'을 많이 닮았습니다만 (저도 세상 물정 모르던 시절, 그 정당의 수명 만큼 같은 배를 탔던 과거가 있지요.) (세상살이 뭐 별거 있습디까? 늦었다고 깨달을 때가 가장 빠른 법 아니던가요?^^)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 당론도 한미FTA 폐기 쪽으로 정하고 대표나 최고위원들 모두 한미FTA 폐기가 자기들의 원칙과 노선이라고 떠들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뒤늦게 알고 후회를 하였지만, 노무현 참여정부는 새만금과 한미FTA로 인해 실패했습니다. 과연 그들은 지금 얼마나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아직도 문제가 많습니다. 이명박 정권도 4대강과 한미FTA로 인해 무너지고 있지요. 잘 아시겠지만 이미 망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직도 여전히 오만하고 반성이 전혀 없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닮은꼴일까요? 

 한미FTA가 대한민국의 공공정책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고, 주권을 침해하고 제약한다는 사실은 발효도 되기 전에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지식경제부는 우체국보험의 가입 한도의 연장을 추진해오다가, 주한미상공회의소의 항의를 받고 이를 포기했고. 한미FTA 협정에 따라 국민건강보험의 약값 결정을 위해 한미간 ‘독립적 협의기구’라는 것을 만들어 미국제약회사의 개입을 보장했지만, 도리어 미국 정부와 제약회사들로부터 이 기구의 위상을 결정권이 없는 ‘협의기구’로 정한 것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한미FTA가 가져올 경제적 피해 역시 벌써부터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수입 사료 값은 계속 치솟고 외국산 쇠고기의 추가적인 대량 수입 가능성이 제기되자, 한우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이제는 국회도 무시하고 광우병 쇠고기 캐나다산도 수입을 재개하겠답니다. 소를 키울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쌀산업'과 축산업'은 대한민국 농업기반의 두 축입니다. 농민들도 그냥 당하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렇듯 한미 FTA의 파괴적 영향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국민 대다수가 발효를 중단하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정부는 민심과 여론을 외면하고, ‘닥치고 묻지마 발효 추진’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이 정부가 FTA로 쥐꼬리만한 이익을 보는 수출대기업 1%와  초국적 자본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고 대한민국의 주권과 99% 국민들의 경제적 권리에 관심이 전혀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1월14일 서울에선 새해 처음으로 한미FTA 폐기를 위한 대중집회가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낙하산을 투하해 장악한 언론을 통해 아무리 국민들의 귀를 막고 입을 틀어막아도 21세기의 언로는 결코 막을 수 없습니다. 우습게도 그들이 스스로 만들었으니까 그렇습니다. 설 연휴가 끝나면 다시 전국에서 한미FTA 발효 저지를 위한 집회와 시위로 인해 더욱 시끄러워질 것 같습니다. 한미FTA가 대한민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1%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 국민들의 삶을 위험에 빠뜨리는 불평등하고 반민주적인 매국적 협정이라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질 것입니다.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으로 확산될 것입니다. 협정문을 날치기로 비준한 국회의원들과 발표절차를 강행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강력한 반대와 심판의 의지가 날로 커져 갈 것입니다.

 벗님들이여! 우리의 아이들이 더 이상 돈이 주인인 세상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되는 사회, 승자독식의 불공정한 세상이 아니라 평화와 공존의 세상에 살 수 있도록, 밝아오는 임진년 흑룡의 해에는 보다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함께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공부하고 함께 실천하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역량입니다." 겨레의 명절 설 잘 쇠시고 복 많이 받으시고 또 경작하시길 바랍니다. 임진년 한 해는 더욱 쉽고 편한 글을 통해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준비가 오래된 글이라 편지가 길어서 죄송하군요.^^     2012년 1월19일 '사천의연인' 올림

  <알림> 사천시에 알립니다. 1월2일자 '사천시보'에 출처도 밝히지 않고 '한미FTA, 오해와 진실'이라는 쪽지를 살짝 끼워 놓았군요.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꾸로 알고 있는 진실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곳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요즘 TV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정보와 지식은 없답니다. 컴퓨터로 유튜브(YouTube)나 ‘트위트’ ‘페이스북’에 들어가셔서 검색창에 ‘한미FTA 폐기‘라고 입력하면 많은 정보와 지식, 동영상들이 있습니다. 함께 공부도 좀 하시고 시민들을 위해 일하시길 부탁드립니다.

*기고문은 뉴스사천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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