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제주 올레길>이 글은 '갯가' 시민기자님이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제주 올레길을 도보로 여행한 뒤 자신의 블로거에 올린 것으로, 이를 일부 고쳐 뉴스사천에 다시 올려주셨습니다. -편집자- |
마지막 날 9월 19일 새벽 5시경 시끄러운 파도 소리에 잠이 깨었다. 중문해수욕장 바닷가에 나왔다. 동터기 전이라 밤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고 어둠속에서 흰 파도만이 커다란 곡선을 그으며 나에게로 휘달려 오고, 서늘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온다. 아,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혼자서 맞이하는 제주 바닷가의 새벽에 취해 서서히 동터오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이 나이에 괜스레 눈물이 난다. 아직도 마지막 감성은 남아있나보다.
어제밤 텐트를 치기 전 얼핏 보니 나 말고도 텐트가 하나 쳐져 있어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는데 아침에 보니 연세가 무척 많으신 분들이다. 승용차를 가지고 오셔서 이곳 저곳 다니면서 야영도하고 민박도 하신단다. 혼자서 전투식량으로 아침을 때우는데 이것 저것 물어 보시고 나도 궁금해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다 보니 오늘 가기로한 한라산 영실행 버스 시간이 늦어졌다. 1시간 뒤 출발하는 차를 타기로하고 배낭을 챙겨 슬슬 큰 도로로 이동해서 영실행 버스 정류장을 향했다.




하산길 어리목에서 버스를 타고 제주시까지 와서 다시 택시를 타고 여객선터미널로 향했다. 근데 택시 기사가 엉뚱한 곳에 내려다 줘 다시 되돌아 나와 터미널에 도착하니 아직 배 시간은 넉넉하다. 좋은 의미로 '제주도가 아쉬워 나를 그냥 보내주지 않으려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여객선 터미널에서 간단히 아이들 선물도 사고 기타 직장 동료를 위해 열쇠 고리도 몇 개 샀다. 드디어 터미널을 나와 카페리호를 타러 가는데 광양 농협에서 오신 단체 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려 혼잡하다. 일찌감치 3등석에서 최소한 내 자리는 차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배낭을 눕히고 그위에 드러 누워있는데, 3등석 전체가 술판에 노래판에 '돚데기' 시장이 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음식을 드시던 분이 나까지 초대해서 함께 돼지고지 수육과 점심, 소주까지 챙겨 주신다. 이런 게 동네 인심인가 보다. 그러다 다짜고짜 내 자리 옆에서 드러누워 다리를 뻗으니 내 자리가 좁아지고 나중에는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로 좁아져 졸지에 자리까지 뺏기는 신세가 되어 갑판으로 나갔다.


*이 기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원고료를 지급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