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에게 듣는다>경남과학기술대학교 김조원 총장.. “작지만 강한 대학”

<2012년 대학교육, 대학총장에게 듣는다>2012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면서 대학들 마다 신입생 유치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향후 몇 년 안에 고교졸업생보다 대입정원이 더 많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상황. 여기에 ‘반값등록금’의 압박까지 받고 있어 각 대학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이에 서부경남 각 대학 총장들을 만나 대학이 처한 각종 현안과 교육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편집국-

1910년 설립 이래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 ‘진농’이란 오랜 기억만큼 농업분야에서는 전국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대학. 배움과 일을 하나로 묶어 실천하는 대학. 바로 경남과학기술대학교다. 여기에 ‘작지만 강한 가치창조 대학’을 주창하는 이가 있으니, 제5대(통산24대) 김조원 총장이다.

참여정부 시절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김 총장은 2008년 9월부터 경남과기대 전신인 진주산업대학교를 이끌어 오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는 대학설립 100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100년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데 주력하고 있다.

김 총장을 지난달(11월) 24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초등학교교육부터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질문마다 거침없는 자신의 교육철학을 쏟아냈다. 특히 반값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선 “의지의 문제”라며,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다음은 김조한 총장과 나눈 일문일답.

'작지만 강한 가치창조 대학'을 만들어가는 경남과기대 김조원 총장
△취임한지 만 3년이 흘렀다. 그동안의 감회를 먼저 듣고 싶은데...

=대학에서 일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지인들이 간혹 전화해 학교생활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때마다 드는 솔직한 심정은 ‘허름한 옛날 극장에서 2본동시상영 영화 2편 보고 나와 연탄불 때는 다방에서 차 마시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교육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으로, 이는 우리 대학뿐 아니라 진주라는 도시 전체의 이미지였다. 그래서 나는 시스템 변화에 집중했고, 그 성과를 조금씩 거두는 중이다.

△대학이 지난해 설립100주년을 맞았다. 당시 기념사에서 ‘브랜드 있는 대학으로 한 단계 성장’을 강조했는데, 추진 성과나 계획하고 있는 구체적 사업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진주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대표하는 대학이 ‘경남과학기술대학교’라는 사명감을 안고 새로운 100년을 위한 초석을 놓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시스템을 갖추려 노력하고 있는데, 먼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각종 정부재정지원사업과 연구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 최근 3년간 550억 원의 재정을 확보했다. 2단계 산학협력중심대학 선정, 창업대학원지원사업 선정 등이 그것이다. 특히 올해 사업선정을 통해 앞으로 독성연구소가 우리 대학에 설립되는데, 미래에 각광 받을 독성 연구 관련 전문 인력을 육성하게 될 것이다. 간호학과 유치, 학생군사교육단(ROTC) 유치, 개교100주년기념관 건립 등도 자랑거리다.

경남과기대 전경. 멀리 공사 중인 '개교100주년 기념관' 건물이 보인다.
△개교100주년기념관 건립공사가 한창이던데, 어떻게 구성되고 어찌 활용할 생각인지..

=대학의 위상을 높이고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를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 350억 원을 들여 지상15층, 지하1층 규모의 기념관을 짓고 있다. 내년 2월쯤 완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념관에는 국제 수준의 회의실과 대형강의실이 들어설 예정인데, 지역사회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본다. 또 지역에 전시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해 종합미술전시실을 갖추는데, 교육,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국립대학 구조조정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경남과기대도 예외가 아닐 텐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정부가 2018년 대학 학령인구 감소추세에 따라 대학간 통폐합 등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경남과기대도 자유로울 순 없지만 지역에 맞는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개설해 경쟁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특히 지난 100년간 주력해온 농업분야 인력 양성을 바탕으로 생명과학에 치중해 나갈 생각이다. 또 성인 학습자들에게 재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낼 것이다.

진주시 칠암동에 위치한 경남과기대는 도심 한가운데 있어 지역민의 활용도가 높다.
△그렇다면 기존 농업계열에서 생명과학 분야로 대표 학문 영역이 바뀌는 것인가?

=바뀐다기보다는 발전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농업분야는 그야말로 생명과학이 바탕이 된 학문이다. 따라서 농업을 중심에 두고 각종 학문을 특성화 하겠다는 것으로, 예를 들어 전자학 부문에서도 농업 또는 생명산업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기계학, 경영학 등에서도 이 방향으로 특성화 하면 경남과기대의 경쟁력은 지킬 수 있다고 본다.

△앞서 성인들에 대한 재교육을 강조했는데, 대체로 대학들이 비슷한 경향을 가진 것 같다. 경남과기대만의 독특함이 있을까?

=20대 청년이 대학에 온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이다. 이제는 퇴직자도 은퇴 후 새로운 30년을 살아야 한다. 새로운 공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는 외국 사례를 충분히 연구한 끝에 기존 학제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개념의 평생학습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교과부도 우리 사례를 모델 삼아 정책에 반영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평생학습대학 안에 자유전공학부를 개설해 수강자가 관심 있어 할 만한 내용으로 확대했다. 올해가 그 첫해인데, 신청자가 69명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김조원 총장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교육철학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야간대학 정원이 점점 줄어서 결국 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들리던데...

=야간대학이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요가 줄어 자연스레 야간에서 주간으로 정원이 옮겨간 부분은 있다. 앞서 소개한 대로, 지금까지는 고교졸업자가 야간대학을 주로 이용했다면, 이제는 대학졸업자가 새로운 공부를 위해 야간대학을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야간대학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올해 대학가에서는 반값등록금 요구가 유난히 컸다. 개별 대학 차원에서 풀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이긴 한데, 개인적 견해는 어떤가?

=역사적으로 보면 그 사회의 최고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은 국가에서 운영했고, 개인은 교육비가 들지 않았다. 따라서 이 시대에도 가능한 국립대는 무상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가장 기초비용만 제외하고는... 반면 전체 대학교육 정원의 75%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학이 중요하다. 설립기준을 지키도록 강력하게 관리해야 하고, 교육원가 분석도 철저히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도 필요할 수 있다. 감사원 근무 경험에 비춰보면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참고로 대학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다. 나아가 공급자인 대학과 수요자인 학생 사이가 더 대등한 관계로 발전할 필요도 있다.

김조원 총장 인터뷰 장면. 오랫동안 교육계에 몸담았던 이영주 뉴스사천 대표(가운데)도 함께 교육에 관한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눴다.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일반인들에 비해 독특한 것 같다.

=특별할 것까지는 없다. 다만 감사원에 근무할 때 교육분야 일을 맡으면서 ‘다음 세대를 양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교육과 교육행정을 오버랩 시켜 문제다. 철저히 분리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 교육공무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공무원은 성직자 중 성직자라고 생각한다. 효율성이나 경제성을 따지면 안 된다. 생산자가 아니라 분배자라는 생각으로 교육문제에 접근해야 많은 문제가 풀릴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정치권에서 영입 제의가 많을 것 같은데..

=전혀 생각 없다.

가을에 물든 경남과기대 진입로. 100년의 미래가 기대된다.
△예비신입생이나 그 학부모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신입생 모집을 위해 크게 홍보할 생각은 없다. 우리가 역할을 묵묵히 하다보면 진정성이 전달될 것이다. 그 때 자연스럽게 우리대학을 찾을 것이라 기대한다. 다만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일은 무엇보다 ‘교육’에 달렸다. 따라서 지역주민이 더 요구하고 격려해야 지역문화도 꽃핀다.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

◇김조원 총장 약력
=1957년생. 진주고 졸업. 영남대(행정학사)-성균관대(경영학석사)-건국대(경영학박사). 1978년 제22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1985년~2005년 감사원 근무. 2005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2006년 12월 감사원 사무총장. 2008년 9월 6일 진주산업대학교 제5대 총장 취임. 2003년 홍조근정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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