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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된 자가용과 12년산 아내의 공통점 (펌)

닉네임
깜딱이야
등록일
2008-11-12 17:38:06
조회수
4382
주말에 12년 된 자가용을 끌고 12년 같이 산 아내를 모시고 12시간에 걸친
운전을 하게 되었다.
새로 이사를 하신 광주의 장모님을 찾아뵙는 일과 대구의 상갓집을 경유
해서 돌아오는데 아내와 단둘이서 꼬박 12시간을 운전하게 되었다.



항상 주차장에 뽀얀 먼지를 뒤집어쓰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97년식
빨간 엑센트 그리고 12년 같이 산 아내와 오랜만에 둘만의 나들이를 하면서
이 두 물건(?)간에 묘한 공통점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1. 소형이다.
엑센트도 1.3 짜리고 아내는 거의 국민차 수준이다.



2. 유지비가 적게 든다.
유류비, 수리비, 보험료, 세금 등등 아주 많이 저렴하다. 아내도 딱히 지금까지는
특별하게 유지비가 들어가진 않는다. 가끔가다 1-2만원하는 인터넷쇼핑 옷 비용
정도만 들어가는 수준이다.



3. 시끄럽다.
얼마 전부터 소음기가 나갔는지 상당히 시끄럽다. 아내도 몇 년 전부터 겁을 상실
했는지 상당히 시끄럽다.



4.12살 아들 녀석과 별로 사이가 안 좋다.
아들 녀석은 오래된 차에서 고리타분한 냄새가 난다며 승차를 거부한다. 그리고
아내의 고리타분한 잔소리에 반항한다.



5. 가끔 튜닝을 생각해 본다.
하지만, 둘다 견적이 안 나온다.



6. 승차감이 예전 같지 않다.
이 부분은 더 이상 언급 하지 않겠다.



7. 길거리 아무 데나 세워나도 누구 하나 안 쳐다본다.
민감한 부분이라서 이 부분도 노코멘트다.



8. 아주 가끔 아주 가끔 단장을 시켜 놓으면 예쁘다.
몇 년에 한번 세차를 해주고 왁스도 발라주고 콤파운드로 잔기스도 제거 해주면
한 일주일 정도는 맘에 든다. 아내도 가끔 외출을 핑계로 머리에 왁스 좀 바르고
콤팩트로 군데군데 메워 주고 짧은 미니스커트에 롱부츠를 신으면 언뜻 예뻐 보일
때가 있다.



9. 둘 다 애칭이 "애마"다.
뭐 인증 샷은 없다. 내 좌우명이 "작은 것에 만족하자"다.



10. 정이 많이 들었다.
주인 잘못 만나서 고생하는 거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광주에서 대구를 향하는 88고속도로에서 단풍이 아주 예쁜 휴게소에 들려서 커피 한잔씩을
들고 낙엽길을 잠시 걸었다. 그림 같은 풍경과 커피 향에 취해서 한참 걷는 데 뒤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런 날은 같이 발걸음 맞춰서 걸어주면 안 돼?"
그러고 보니 내가 한두 걸음 앞서서 걷고 있었다.
"난 아직도 가끔 당신이 남자로 보이는데...아내가 아니고 여자로 봐주면서 발걸음 좀
맞춰줘"
난 아무런 대꾸 없이 아내의 보폭에 맞춰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대형차에 가려 빠끔히 앞범퍼만 내민 12년 된 애마를 보면서 또 옆에 어느새 팔짱
까지 끼고 나란히 걷는 12년 된 애마를 보면서 느낀다.
곁에 너무 오래 있어서 가끔은 무심하지만 그래도 항상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 아내도 나하고 우리 차하고 공통점이 있단다.
"같이 다니기 좀 창피하다고...." 이런, 이런 ^^
작성일:2008-11-12 17:38:06 121.136.24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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