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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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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미하는 삶
등록일
2013-12-04 18:13:40
조회수
6098
일기장

2013년 12월 4일 수요일 저녁 5시 50분

또 마음이 허전하고 이상하다.
괜히 다른 사람에게 무시당한 거 같고, 부끄럽고 화나고 싱숭생숭 벌렁벌렁 아리까리하다.

이런 때에 옆에 아내가 있으니 큰 도움이 된다.
그냥 이러저러하게 속을 긁어놓는 데도 차라기 그게 좋다.
신이여 감사합니다.
내가 결혼이란 것을 안 하고 이 삭막한 세상을 살아낼 수 있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다른 것을 추구한다.
인정받고 싶고, 요구하고 싶고, 절망을 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갈구한다.
차라리 눈앞의 일만 바라보고, 바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매일같이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함으로서 만족할 수는 없는 것일까?

궂이 꿈이라는 이름으로 치장된 의미 없는 명칭들의 노예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지금쯤이면 이런 것들을 다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주요 경계의 대상임을, 죄악 덩어리이었음을 기억해야하는 것 아닐까?
질주 혹은 폭주를 멈춘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지 아니한가?

마음을, 이 마음을, 내려놓아야만 한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여야 하지 않을까?
차라리 이렇게 스스로에게 고백하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아니할까?
그것 말고는 무엇이 있을까?
나와 직면하여야 한다는 것만큼 더 확실한 것이 있을까?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함으로써 나는 확실하게 나 자신을 감싸 안을 수 있지 않은가?
다른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만약 변화하였다면, 그것은 그의 본성의 발로일 뿐이지 않는가? 무얼 더 절망한단 말인가? 나를 절망하자.
그럼으로써 하나 뿐인 희망을 발견하자. 더 이상의 절망은 오히려 나에게 희망으로 다가온다. 나는 충분히 절망하였다.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발붙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희망이다.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려야지만 열릴 수 있는 자물쇠라면 아무리 시계방향으로 고집스럽게 돌려도 열리지 않는다. 그쯤은 모두 아는 것 같지만 사실 내려놓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생각의 전환일 수 있다. 낯선 자신의 모습 앞에 담담하게 서서 미소 지을 수 있는 마음의 전환이다. 아니, 전환이 아니라 회복일 것이다.
작성일:2013-12-04 18:13:40 121.177.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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