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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덕천강 / 김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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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천강호
등록일
2012-08-30 23:04:30
조회수
9218
아, 덕천 강



태극의 지리산 천왕봉 밑
실핏줄처럼 얽혀진 계곡속의 물은
질서 없이 흐트러진 돌들 사위로
부딪치고 낙법 하듯 흘러
대원사 길손들 목 축여 참선 인도하고
물들은 스스로 흘러 모여
지도에도 없는 올망졸망 낮은 동네
어귀를 휘돌아 굽이치다
끊어질 듯 다시 세차게 뒤틀다
그렇게 천년 더한 도도히도 흐른 강
그토록 흐르고도 또 흐를 것이 있어
오늘도 늘 희망으로 흐르는 덕천 강.

반짝 반짝 부서지는 햇살 조각들로
숯덩이 된 아이들
피리랑, 모래무지, 꺾지 고기 잡고,
가뭄으로 야윈 속살 들어낸
강변위로 이름 없는 들풀 퍼뜩 피고,
강 옆 무성히 자란 파란 억세 숲속으로
사부작사부작 누이 몸 씻던,
캄캄한 밤 살금살금
저 건너 강변 버드나무 밑
수박 서리하던 저 덕천 강.

지금 내가 거니는 이 둑방길은
그 옛날 어머니가 장 보러 가던 길
그 숱한 애한 강물에 묻고
덧없이도 흘러갔을 강,
우리선조 이 강 따라 갔고
아버지 이 강보고 살았을 저 덕천 강.

아! 덕천 강
그토록 흐르고도 멈춤이 없는 이 줄기는
내 아버지의 가슴이오
강변 녘에 피는 저 물안개는
내 어머니의 품속인 것을
나 이제야 알았거늘,
이 가슴 멈출 때까지
내 영원 속에 살아 있는 저 덕천 강을
어찌, 어찌 잊을 수가 있으리오.
(8월. 덕천 강에서 基煥)
작성일:2012-08-30 23:04:30 121.135.21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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