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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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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천강호
등록일
2012-04-23 14:13:43
조회수
10041
내 고향



돌아가리.
멀고 아득히 지나온 길섶에서
향수로 돌아보는 어릴 적 동리
그립다. 생각다 눈물 나는 내 고향
덕천강 뚝 방 십리길
까까머리 교복으로 비를 맞으며
귀털마개에 콧물 훌쩍이고 눈을 맞으며
그 길을 흑백처럼 거닐고 싶다.

진달래 곱상하게 많이 피던 사월이면
뻐꾸기 우는 대나무 숲을 끼고 돌아
남새밭에 쑥 순 달래 순들 캐고
멀리서 "이라! 이라!"
머슴 아제 쟁기소리 산 메아리 쟁쟁한 골
한나절 까투리 우는 앞산에서
한낮에도 노루가 보이던 내 산촌.

비탈진 바위틈엔 산딸기는 수줍게
머루는 까맣게 넝쿨 채 익어가는 칠월이면
강바람에 삼(麻)들이 초록빛 파도를 치고
매미소리 우는 버들 숲 밑
방울 황소 꼬랑지 뽑아 다 매미 잡고
뙤약볕이 하얗게 쏜아진 강변 아래로
피리랑 모래무지 쏘가리 잡고
한밤중 강 넘어 수박서리 풍경이 있던 내 강촌.

지금도
몽당 빗자루 도깨비 전설이 있는
황톳재 무덤가에 할미꽃이 피고
찔레 꽃 덤불 울 아래 굴뚝 새
떼 지어 올랐다 내려앉고
이름조차 잊은 지천의 들꽃은
강바람에 이슬을 털고는
몸치장을 하고 있을까?

언뜻언뜻 철없던 설레임의 향수는
내 애달픈 길 위로 변질 없이 순수로
연한 연기처럼 뿌려질 때
가리다. 흑백전설이 있는 내 산촌, 내 강촌
덜컹이 소달구지 타고
아, 그곳으로 돌아가 살으리랏다.
(2012. 4. 기환 씀)

(경남 사천시 곤명면 본촌에서 태어나고 자랐던 고향을 그리워하며.....
나의 고향은 앞쪽으로 지리산에서 시작하여 굽이 굽이쳐 흐르는 덕천강이 있고,
뒤쪽으로 가능골, 절골이라는 지명을 가진 골짜기와 산들로 들러 쌓여 있다.)
작성일:2012-04-23 14:13:43 121.135.21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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